수능 앞둔 고교생 거리로…"공부해도 희망 없다"

[현장]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 행동' 문화제

"이런 나라에선 공부해도 희망이 없다.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나.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

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중·고등학생 500여 명의 외침이다. 이들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 행동' 문화제에 참가하려고 모였다. 중·고등학생은 문화제에 앞서 따로 집회를 했다. 중고생 혁명 추진위원회, 중고생연대,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 등에 속한 청소년이 대부분이지만, '아무런 단체에 속하지 않았다'고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 이른바 '교복 부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2일 앞둔 이날, 청소년이 거리에 나선 건 분노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 앞 집회만 참가하고 귀가한다던 한 고등학생은 "이게 대체 나라인가요"라고 되물었다. 특히 정유라 씨의 이화여자대학교 입시 부정 의혹에 대한 분노가 컸다. 정 씨는 사이비 교주 최태민 씨의 손녀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 정부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딸이다.

정유라 씨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수업 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 진학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논란도 있다. 또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학점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봤다. 그런데 정유라 씨와 최순실 씨는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낀 기색이 없었다. 정 씨는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남겼다. 최 씨는 정 씨가 다닌 고등학교 및 대학교 교원에게 폭언과 협박을 했다. 최 씨가 이런 횡포를 부린 배경은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 때문이었다.

게다가 국내 최고 재벌 삼성은 정 씨의 승마를 위해 온갖 편의를 봐줬다. 검찰이 지금껏 밝혀낸 현금 송금액이 35억 원이다. 삼성이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회계에 반영돼 있지 않은 회사 돈이라면, 횡령 및 배임죄 적용 대상이다. 정부를 좌우하는 최 씨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로 송금한 것이라면 뇌물죄가 적용된다. 그러나 지금 검찰의 수사 방향은 이런 죄가 적용되지 않게끔 피하는 쪽이라는 게 야당 및 시민 단체의 지적이다.

정유라 씨 개인의 대학 입학을 위해 최고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이 동원된 상황에 대해 고등학생들은 그저 허탈하다고 했다.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좋은 회사 가봤자 별 거 없다는 걸, 나라가 보여줬잖아요. 좋은 대학 가서 열심히 공부해봤자 정유라 씨보다 낮은 점수 받을 거잖아요. 대기업 들어가봤자,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엉뚱한 데로 새잖아요."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숨 막히는 경쟁을 하는데, 단지 최순실 씨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고위직을 꿰어 찬 이들이 있다. 시간당 최저 임금 6030원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학비를 버는 청년이 있는데, 정유라 씨는 삼성으로부터 35억 원을 그냥 받았다.

대학생 이영주 씨도 이런 분노를 토해냈다.


"금수저, 흙수저니, 양극화니 말만 했는데, 정유라 씨가 보인 모습은 확실히 선을 넘었다."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 행동' 문화제는 이날 오후 4시 20분께 시작됐으며, 지금 진행 중이다. 시민들은 이미 광화문 광장을 꽉 채운 상태이며, 속속 모여들고 있다. 주최 측은 1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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