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에게 수십억 준 삼성, 故 황유미에겐…

반올림 시국 선언 "수백 노동자 목숨 대가가 더러운 거래에 이용"

최순실 씨 모녀에게 삼성이 돈을 대 왔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용 말을 사고 독일에서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데 쓰인 돈이다.

검찰 조사에서 최근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송금한 돈은 약 35억 원이다(당시 환율 기준 280만 유로). 삼성 관계자는 "한 번에 약 10억 원(당시 환율 기준 80만 유로)씩 분기별로 송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정 씨가 출전하는 마장마술 분야에 삼성이 186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담긴 대한승마협회 문서도 공개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에 지원한 자원 대부분이 정 씨에게 돌아간 것.
정 씨가 승마를 한 건, 편법으로 대학에 가기 위해서였다.


최순실 모녀에게 수백억 예산 책정한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겐 '조롱의 돈' 500만 원

그 맞은편에는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해야 했던 젊은이들이 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故) 황유미 씨. 그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에게 삼성이 '입막음'으로 건넨 돈이 500만 원이었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준 돈이 한 번에 500만 원이었다.

삼성 고위층의 금전 감각이 드러난다. 자기네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죽어간 이들에게 건넨 돈이 늙은 총수가 성매매 여성에게 뿌린 돈과 같다.

이 회장의 성매매 보도가 나온 직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유미와 유미 아빠(황상기 씨)에게 삼성이 건넨 500만 원은 조롱의 돈"이라고 적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

반올림 활동가들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은 지금도 서울 강남역 8번 출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삼성 본관이 있는 곳이다. 벌써 1년이 넘었다. 삼성이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의 성실한 이행'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하지만 삼성은 묵묵부답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9년 동안 삼성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어 사망한 숫자는 76명이다. 백혈병, 뇌종양 등에 걸린 숫자는 224명이다. 물론 이런 숫자에 대해 삼성은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삼성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죽어간 이들이 많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숫자 너머에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어떻게 지내나. 치료비로 재산을 날리고, 병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생활을 이어간다.

23세 황유미, 21세 정유라왜 그토록 달라야 하나


이런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반올림이 3일 밤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죽어간 이들에게 '조롱의 돈' 500만 원을 건넸던 삼성이 정유라 씨에겐 수십억 원 현금 지원과 함께 온갖 편의를 봐줬다. 고(故) 황유미 씨가 세상을 떠날 당시 나이 23세, 정유라 씨의 지금 나이가 21살이다. 두 젊은이는 왜 그토록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나. 이런 분노가 담긴 시국 선언문이다.

반올림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과 함께 참담한 심정으로 시국 선언에 나선다"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시국 선언문에서 "수백 노동자들의 목숨과 피의 대가가 어떤 방식으로 더러운 거래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우리는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반올림은 "이 돈(최순실 씨에게 넘어간 돈)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건네졌고 어떤 대가로 돌려받았는지, 삼성의 책임자인 이재용을 구속해서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국 선언문은 이렇게 끝난다.

"박근혜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이다. (…) 박근혜 게이트 최악의 공범, 삼성 이재용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에 반올림은 삼성 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장에서 또 한 번의 시린 겨울을 맞으며 박근혜 퇴진, 이재용 처벌의 촛불을 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과 삼성 이재용을 구속, 처벌하라!"


▲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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