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난' 와중에 한일 군사협정 논의 시작

정부, 국정 마비됐는데 닷새만에 추진 발표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실무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한다고 밝힌 지 닷새만에 벌어진 신속 행보를 두고,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황에서 '졸속' 체결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31일 "한일 양측이 내일(다음 달 1일) 도쿄에서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 위한 1차 과장급 실무 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2012년 잠정 합의했던 협정 문안을 토대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일본 정부와 협정 체결을 추진했으나, 당시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비공개로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아 체결을 취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지난 9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다시 체결할 의사를 밝히면서, 체결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살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 27일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면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문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로 한일 간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높아진 데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해석 개헌'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2012년과 비교했을 때 국민 감정이 나아졌다고 해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 동안 발표된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 '최순실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인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배경이 무엇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한국 내 거부감을 반영이라도 한 듯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이날 협정 체결과 관련한 한국의 거부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군사'라는 표현을 변경하는 등 협정의 명칭을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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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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