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안종범 지시로 SK에 80억 요구"

K스포츠 정현구 전 사무총장, 檢 소환 앞두고 밝혀…安·SK "모르는 얘기"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K스포츠 재단의 전 고위 간부가 '최 씨의 지시로 SK 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현식 전 K스포츠 재단 사무총장은 2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난 2월 29일 처음으로 SK를 찾아가 80억 원 투자 유치를 설명했다"며 "최순실 씨가 'SK와 이야기가 다 됐으니, 가서 사업 설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SK에 돈을 내라고 한 명목은 '체육 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재단에 돈을 내면, 재단이 독일 회사 '비덱'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구조였다. 비덱은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다.

정 전 사무총장은 자신이 SK에 들고 간 사업 설명서는 최 씨의 심복인 박모 K스포츠 재단 과장이 만들어 왔으며, 실제로 박 과장은 SK를 찾아갔을 때도 동행했다. SK에 사업 설명을 주도적으로 한 것도 박 과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최 씨는 재단에 공식 직함이 없었지만 설립 때부터 '회장님'으로 불리며 재단을 지휘하는 위치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이 박 과장에게 "도대체 비덱이라는 곳이 뭘 하는 곳인데 그곳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회장님이 비덱으로 하라고 결정을 하셨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와 박 과장이 SK와 처음 면담을 할 때 '비덱 한국사무소 이사'라는 인사도 동석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SK는 사업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금액이 과다하다면서 투자금 액수를 줄여 달라고 했고, 막판에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30억 원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그러자 이번에는 최 씨가 "그럼 그냥 받지 않는 걸로 하자"고 거부했다고 그는 밝혔다.

정 전 총장은 또 "(2월 29일로부터) 며칠 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안 수석은 'SK와 얘기는 어떻게 됐냐'며 이것저것 물어 왔다"며, 자신이 안 수석에게 "SK에서 우리 쪽 투자 제안서에 대한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그는 검찰에 출석하면 자신이 최 씨나 안 수석 등과 주고받은 통화, 문자 메시지 등 내역을 제출하겠다고 신문에 밝혔다.

이같은 정 전 총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안 수석은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K스포츠나 SK 관계자와 통화를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고, SK 쪽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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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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