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관 수장 "北 비핵화 노선 실패했다"

클래퍼 DNI 국장 발언 파장…국무부 "정부 입장과 다르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가 25일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핵 능력 제한을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정책 목표로 삼는 한미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생각은 실패한 개념"이라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그들의 생존을 위한 티켓으로 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구인 DNI의 현직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클래퍼 국장은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북한의 핵 능력) 일종의 제한"이라며 "북한은 이 요구에도 순순히 응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요한 유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 발사 시험을 아직 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알래스카나 하와이 등에 이를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대북 정책의 목표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우리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선(先) 비핵화 입장 표명 후(後) 협상 재개'라는 원칙을 공식 입장으로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 미국의 차기 정부가 북한에 대한 핵 포기를 근간으로 한 '전략적 인내'를 중단하고 핵 동결을 목표로 대화와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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