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절약, 절수기 하나면 준비 끝!

[살림이야기] 환경부 장관 되기보다 쉬운 물 재사용법

면 생리대와 천 기저귀, 걸레와 행주를 빨아 재사용하고 텀블러를 쓰자는 환경 캠페인에는 이런 의문이 따라붙는다. "오히려 그런 것들 빨고 씻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지는 않나요?" 컵을 39번 이상 재사용하면 종이컵에 쓰인 에너지를 모두 상쇄하고 천 기저귀가 일회용 기저귀보다 환경 부하가 월등히 낮다는 게 증명됐지만, 어쨌든 사용하는 물과 폐수는 늘어난다. 내 삶에 일회용은 치실 하나로 족하다고 다짐한 나는 그래서 물 절약을 고민한다.

절수기로 물 절약하고, 절약한 물은 기부하고


비전력 생활과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같은 친환경 실천은 '극기 훈련이야, 뭐야?' 하는 부담감이 팍팍 든다. 그래서 '옳은 소리지만 저는 그냥 하던 대로 살겠습니다'라고 마음을 닫게 된다. 이와 달리 물 절약은 고난도 기술이나 큰돈이 필요하지 않고 고수의 내공이 없어도 된다. 그저 1만 원짜리 절수기를 사서 세면대와 싱크대의 수도꼭지, 샤워기, 좌변기에 차례차례 설치하면 된다. 좌변기 물탱크에 벽돌을 넣는 것만큼 간단하니, '마이너스의 손'도 두려워하지 마시라. 절수기는 물 사용량은 줄이되 수압은 일정하게 유지해서 물이 찔끔찔끔 나오거나 변기가 막히는 일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배출구를 미세하게 만들어 수압을 높이는 방식이라, 오래된 집의 수도관에는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걱정된다면, 미리 관리실에 문의하거나 샤워기나 수도꼭지는 포기하고 좌변기에만 절수기를 설치하면 어떨까? 수세식 변기가 가정용 물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니, 변기만 잡아도 효과가 크다. 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은 동전처럼 생긴 좌변기 절수기를 샀다. 자석을 두 쪽으로 가르고 그 틈에 물탱크 줄만 넣으면 끝. 물 사용량은 10~20% 줄어든다.

▲ 수세식 변기가 가정용 물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니 변기만 잡아도 효과가 크다. 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아 동전처럼 생긴 좌변기 정수기를 샀다. 자석을 두 쪽으로 가르고 그 틈에 물탱크 줄만 넣으면 끝. 물 사용량은 10~20% 줄어든다. Ⓒ홀링


원하는 곳에 절수기를 설치해 주고 수도요금이 줄어든 만큼 물이 필요한 곳에 기부할 수 있게 하는 '워터팜'이라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직장, 학교, 교회, 아파트 단위로 신청하면 수질과 누수 검사는 물론 물 사용의 상세 분석 보고서까지 받아 볼 수 있다. 사업 초기에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한살림 조합원들이 참여했는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10~20% 정도 물 사용량이 줄었고 겨울철에는 온수 사용량이 줄면서 덩달아 가스비도 덜 나왔다고 한다. 올해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3개월간 3478톤(t)을 절약해 강원도에 있는 학교 4곳에 생수와 물 교육을 지원했다. 그저 절수기를 설치했을 뿐인데, 2리터(L)짜리 생수 474병만큼의 물을 공유했다는 사실!

단순히 아끼는 걸 넘어 시스템을 바꾸자


그 밖에 '새마을운동'식 실천 방법이 있다. 세탁기 헹굼은 한 번만 돌리기, 용량이 적은 세탁기 사용하기, 세탁 용량의 60%까지 세탁물을 모아서 빨기(세탁기가 꽉 차면 때가 안 빠진다), 샤워는 노래 3곡 내에 끝내기, 쌀뜨물이나 채소 삶은 물로 국물 내기, 설거지통과 양치컵 쓰기 등. 우리 집 세탁기 용량은 3.3킬로그램(kg)인데, 이불 빨래는 빨래방에서 한다. 설거지통에 채소를 씻고 남은 물이나 헹굼 물을 받아 놓고 그 물로 초벌 설거지를 한다. 물론 수세미질 할 때는 물을 잠가 둔다. 집순이 두 명이 있는 우리 집 수도요금은 한 달에 5000원 정도.


하지만 이젠 소소한 실천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4.5L 절수 양변기가 나왔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빌라에는 한 번에 물 9L를 쓰는 양변기가 설치돼 있다. 빗물 사용 장치를 내장해 수도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인 주상복합아파트가 성공했지만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는다.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을 변기에서 재사용하는 '물사랑' 변기는 특허를 받고도 찾는 이가 없어 생산을 중단했다.


어떤 집이든 초절수 양변기가 설치돼 있고, 빗물이나 허드렛물을 재사용하는 중수도 배관이 깔려 있으며, 옥상에는 빗물 저장 장치와 녹지 공간이 있어 물을 머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4대강 공사처럼 강물을 죽이는 토건 사업을 막고, 도시 곳곳에 빗물이 투과되도록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녹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뭐, 환경부 장관도 아니고 어쩌라고!' 그래서 사부작사부작 몸을 놀려 수동으로 작동하는 물 재사용 장치를 집에 들였다. 세면대에서 한 번 쓴 물은 하수도가 아니라 변기 물탱크로 들어가고, 싱크대에서 쓴 물은 '다라이'에 담아 텃밭에 뿌린다. 서울시는 해마다 2~5월 빗물 저장 장치 설치비용을 90%까지 보조하니 내년에는 기필코 빌라 이웃들의 동의서를 받아 빗물 저장 장치를 설치하고 말리라. "장관 되기보다는 쉽지 않겠어요?"

▲ 홀링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다. '카스테라속외딴방(holling60.blog.me)'에 자신의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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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야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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