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문재인이 안보관련 회의 실질 관장"

'기억 착오' 반박에 "文, 기억과 기록 재확인해보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논란과 관련해 "당시 회의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 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 발언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24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글에서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기술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재반박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송 전 장관이)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해 결론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 착오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에 따르면 "문 실장은 그해 8월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정상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며 "그런 맥락에서 저자(송민순)가 보낸 후속 서한을 읽은 노 대통령이 다음 날 문 실장에게 외교부 장관과 다시 조정해 보라고 지시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7년 11월 16일에 이미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는 반박에 대해서도 "사안의 주무장관이었던 저자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고,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 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재반박했다.

그는 "11월 18일 저녁 8시 30분에 개최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저자는 책에 기술한 대로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권으로 결정하려면 주무장관을 경질 후 내려야 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먼저 문 전 대표가 이날 결정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취한 조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재차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 대표가 밝힌 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당시 관계자들로 하여금 11월 20일 오후부터 밤까지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논의 경과와 발언들(문 전 대표 자신의 발언과 자신에 대한 발언 포함)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그 결과에 기초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정쟁의 종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은 다만 "정쟁은 조속히 종결짓고,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권결의안 기권을 주장한 쪽이나 찬성을 주장한 쪽 모두 "국가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니 역사에 맡기고 미래로 가야 할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각기 충정에서 서로 다른 정책 입장이 나온 경위를 확인하고 현재의 판단과 앞으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 정책은 그 방향과 정책 구도에서 맞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집행 과정에서 정권의 시한에 쫓겨 서두른 점이 있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정책의 지속성을 손상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지난 9년 간은 대북 정책의 구도마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면서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러한 고찰을 개진하고, 현실적이고 일관된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데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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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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