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견지해왔던 '개헌 블랙홀론' 입장을 뒤집고 "임기 내 개헌"을 전격 공언, 정치권에 파장이 크게 일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 가이드라인까지 직접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정략적 개헌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적이 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이제 임기 1년 4개월을 남기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개헌 이야기를 꺼낸 것이 '레임덕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 블랙홀이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냐"는 비판도 예상된다.
"'개헌 블랙홀'이라면서…지금이야말로 '블랙홀'이 필요한 때?"
박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역대 대통령들이 고민해왔다고 지적하며 "저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다"며 "하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1987년 때와 같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밖에서도 각계각층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도 빠른 시간 안에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 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당 유력 주자들은 개헌에 부정적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청와대가 개헌 논의에 나서는 순간 순수성을 잃는다"라고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국내 정계로 들어오게 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태도에 따라 개헌 논의가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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