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패턴…2017대선 막 올랐다

[분석] 박근혜, 1년 2개월짜리 '비밀 병기' 잡았나…野, 우왕좌왕 반복할 건가

청와대가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파동'에 기름을 부었다. 익숙한 '패턴'이고 익숙한 '시나리오'다. 2017년 대선 정국이 시작된 것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다.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앞의 말씀으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및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2002년 대화 기록을 언급하며 해당 기록 열람 요청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정 대변인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확전'을 조심스러워하는 듯 보이지만, 일단 청와대가 입장을 내면서 해당 이슈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논란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우리 정부가 기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사를 알아봤다는 송 전 장관의 서술에서 시작된다.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등을 고려한 당시 결정을 두고 새누리당은 앞뒤 잘라 "내통"이라고 못을 박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함께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친정권 성향의 한 보수 일간지가 보도한 송 전 장관의 발언을 '반공' 이슈와 '종북 프레임'으로 다듬어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새누리당의 전략은 '교과서적'이다. 먼저 의혹을 촉발시킨 후, 상대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우왕좌왕하는 상대 진영의 대응을 '진실게임'처럼 보이게 만든다. '야당의 누군가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진행됐다면, 이런 작전의 절반쯤은 성공한 셈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가세했다. '적과의 내통'이라는 여당의 주장을 받아, 이를 "중대"하고 "충격"적인 일로 규정했다. 국회 유관 상임위원회와 함께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대통령 기록물 열람 등 행정부의 사료 공개 논란 등으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뒤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검찰 고발'이다. 아마도 이름조차 생소한 극우 단체의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고민하는 듯하다 사건 배당을 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관련 고위직 인사들을 차례대로 불러들일 것이다.

2017년 대선까지 1년 2개월가량 남았다. 야권을 대하는 지금까지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패턴'을 보면 검찰 고발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검찰 수사는 최대한 지지부진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초 정도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느닷없이' 검찰의 첫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권과 친한 일간지나 방송에 수사 내용을 살짝 흘리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조금 더 전망을 해 본다면, 아마 수사 결과 발표는 야권의 후보가 확정된 후 나올 것이다. 지금 이 논란으로 새누리당 제1의 공격 대상이 된 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인사가 별 볼 일 없어진다면,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 요건도 함께 없어질 수 있다. 야권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번 파문은 1년 2개월짜리 새누리당의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 1차 공세는 시작됐다. '5차 공세'쯤은 거뜬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송 전 장관이 어떤 의도로 회고록을 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 내용으로 새누리당은 제2의 'NLL논란'을 일으킬 강력한 방아쇠를 쥐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새누리당의 시나리오는 이미 나와 있다. 향후 1년 2개월 동안 야당의 대응이 어떤 수준일지 여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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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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