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도 넘은 박정희·이승만 미화…왜?

"독재는 부차적 문제…최빈국 지도자는 박정희 따라 해야"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각각 "건국 대통령", "혁명군 최고 권력자"로 미화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산하 기관들이 잇따라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가운데, 국책 은행인 수출입은행마저 박근혜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1억8600만 원을 들여 '맞춤형 보고서'를 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 기사 : "미래부, 박 대통령 방문 앞두고 박정희 동상 세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출입은행이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1억8600만 원을 들여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발주한 '한국의 빈곤 극복 경험 연구' 보고서를 11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왕조 국가의 구질서를 뒤로 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기초를 깔고 새로운 국가를 구축한 건국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이 "검소한 생활로 개인 축재를 몰랐다. 강력한 카리스마 통치로 주요 경제 문제는 직접 챙겼다"고 미화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두고는 "'혁명군 최고 권력자'로서 경제 정책에 대한 첫 관심은 1차 경제 재개발 5개혁 계획을 차질 없이 실천해 보이는 것이었다"며 "경제를 모르는 그로서는 세워진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는지를 체크하고 독려하는 일이 최선이었다. 각종 공장 건설 계획 등 차트에 표시된 통계 숫자와 그래프를 밤낮으로 챙겼다"고 적었다.

이 보고서는 "포병 출신인 박정희는 독도법에도 능해, 혼자 지도를 봐가면서 고속도로의 노선 결정을 비롯해 토지 수용 문제까지 직접 지휘했다"며 "심지어 은행장들을 비밀리에 소집해 수용 예정지의 시가 감정을 보고받는가 하면, 용지 매입 가격까지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서울-부산 간의 경부고속도로가 총비용 429억 원을 들여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 준공됐다"고 치켜세웠다.

수출입은행은 '개발도상국들이 귀감으로 삼을 수 있는 정책 제안'을 한다면서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독재 정부인지 민주 정부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오랜 기간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동일 정부의 장기 통치 덕분일 수 있다"며 박정희 정부를 미화했다.

이 보고서는 또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정치적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면서 "오늘날 최빈국 지도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 공동 저자인 김병주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국정 교과서 찬성' 명단에 서명한 보수 경제학자로, 박정희 정부를 '혁명 정부'라고 주장한다. 서강대학교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이 2015년 '한국의 빈곤 극복 경험' 연구를 발주한 것도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해 수출입은행이 발주한 다른 연구 용역 보고서인 '수출입은행의 기술 금융 지원 활성화 방안 연구', '수출입은행 여신 지원의 국민 경제 기여도 분석 및 모니터링 전산 시스템 구축', '수출의 국민 경제 파급 효과 분석', '파리 클럽 가입에 따른 경제, 재무적 파급 효과 분석' 등과 비교해 봐도, 업무 관련도가 멀어 보이는 탓이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2016년 들어 '건국 대통령 리승만 박사 기념사업회'에 1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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