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박정희 100년' 우표 위해 훈령도 바꿨나

유승희 "군사작전하듯 세칙 개정…보이지 않는 손 작동했나"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구미시의 박정희 100주년 기념 우표 발행을 위해 공공 기관 신청 가능 우표 내용에 '역사적 인물'을 추가하고 신청 기간 제한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내부 훈령을 개정했다는 의혹이 23일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이날 낸 자료를 보면,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1월 20일 '우표류 발행 업무 처리 세칙'을 일부 개정했다.

우선 세칙 5조(발행신청) '특수 우표 발행 신청은 상법상 설립된 법인을 제외한 모든 법인 및 공공단체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했던 조항에서 '특수 우표'라는 명칭을 '기념 우표'로 바꾸었다.

동시에 같은 세칙 조항 3조(정의)에서 특수 우표는 '발행 목적에 따라 수년에 걸쳐 일정 소재로 발행하는 시리즈 우표, 특별한 사업을 대국민에게 홍보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특별 우표, 새해를 기념하는 연하 우표, 국가적 행사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발행하는 기념 우표'라고 정의했던 것을, 새 명칭인 '기념 우표'의 정의로 완전히 바꾸었다.

기념 우표의 정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사건 및 뜻깊은 일을 기념하거나 국가적인 사업의 홍보 및 국민정서의 함양 등을 위해 발행하는 우표'다.

기존 '특수 우표' 정의대로면 구미시가 '박정희 100년 기념 우표'를 신청하는 것이 비교적 까다롭지만, 새로운 '기념 우표' 정의에 따라서는 신청이 용이해진다.

우표 발행 신청 '기간'을 규정한 세칙 5조 2항도 규정됐다. 이전까지는 '발행일 전년도 3월 31일까지 요청'이 원칙이었으나 개정 세칙에서는 아예 신청 기간 제한이 사라졌다.

구미시는 올해 4월 '박정희 탄생 100년 기념 우표'를 정부에 신청했다.

유 의원은 "군사 작전이라도 벌이듯 우표 발행 규정까지 통째로 바꿔 가며 박정희 기념 우표를 발행하려는 시도는 국민이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권력에 대한 과잉 충성인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인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우정사업본부가 현행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을 이미 위반하면서 우표 발행을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전날 해당 세칙 4조 3항에서는 '정치·종교·학술적 논쟁 소지가 있는 소재' 등 4가지 경우에는 기념 우표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논쟁을 일으키는 소재의 기념 우표 발행 금지 규정을 우정사업본부가 몰랐을 리 없다. 발행 계획을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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