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서고,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여당 상임위원장을 여당 의원들이 '감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가결에 반발, 집권 여당으로서 사상 초유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27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지시를 통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며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 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고 국감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새누리당이 발칵 뒤집혔다. 김 위원장에 대해 현재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태 의원, 황영철 의원 및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두 시간 넘게 국정감사 보이콧에 참여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의 국정감사 참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국정감사 참여를 사실상 '해당 행위'로 보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국회 의사 일정에 참석하는 것보다 당의 방침을 중요시하는 행태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자당 의원들이 국방위원장실로 찾아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것은 감금이 아닐 수 없다"며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을 가로막는 것도 부족해, 인신을 감금한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단일대오도 흔들리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이정현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서로 물꼬를 트고 대화를 하려는 노력과는 반대 방향"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최순실 씨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경원 의원은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지나친 의혹 확산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사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에 대한 의혹의 '방패막이'가 돼야 하는 데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야당은 이정현 대표의 단식을 '최순실 게이트 덮기'로 연관 지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정현 대표가 (단식과 관련해)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도 든다"며 "새누리당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 전면에 등장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투쟁'은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여당의 국감 보이콧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진행될 수록 여당 내부에서는 여러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정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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