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2040 원전(핵발전소) 제로' 시대를 열어가는 지혜로운 선택에 힘을 모아달라"며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국민 안전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국회 원전안전특위' 설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우리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수명이 다 된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탈(脫)원전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가만히 있으라'며 제대로 된 안전 대책도 없이 국민의 생명을 걸고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이는 원전 진흥의 길"이라며 "어느 제안이 더 과격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탈핵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공격에 대한 선제적 반박인 셈이다.
심 대표는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다. 활성 단층은 없다. 원전의 내진 설계는 충분하다', 이것이 그 동안 정부가 해왔던 얘기들이었으나, 그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16기에 달하는 세계 최고 원전 밀집 단지가 활성 단층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라며 "그 동안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활성 단층은 없다'는 가정을 기초로 고리와 월성의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했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강행했다. (이는) 매우 무모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북핵 문제, 新 페리 프로세스로…양극화, 최고임금제·기본소득제로"
이날 연설에서 심 대표는 탈핵에 대한 비전 외에 북핵 문제와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해법도 제안했다. 그는 "저와 정의당은 국제 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막가파식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 '핵으로 정권을 지키겠다'는 시나리오에 해피 엔딩은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새 전략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핵 동결을 목표로 한 신(新) 페리 프로세스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다자 간 안보협력체 구축을 위한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외교안보팀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 일각에서 독자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의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그는 "실현될 수도 없고, 실현돼서도 안 되는 정치 선동"이라고 비난하며 "무역규모 세계 6위의 민주 국가가 고립무원의 비정상 국가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저쪽이 이성을 잃었다고 우리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양극화 문제에 대해 정의당은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의 뉴딜 경험에서 보듯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대압착(great compression)'이 필요하다"며 '3대 대압착 플랜'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이에 대해 "△노동시장 안에서는 '최고-최저임금 연동제(일명 살찐 고양이 법)'를 적용하고,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 해소를 위해 '초과이익공유제'를 실현하며, 노동시장 밖에서는 '아동·청년·노인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한편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는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 "이 국회에 소녀상을 세우자. 미래의 일본 지도자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을 때 비로소 위안부 문제는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심 대표의 연설을 마지막으로 원내에 의석을 가진 모든 정당이 정기국회 당 대표 연설을 마쳤다. 원내 1당(129석)인 새누리당은 지난 5일 이정현 대표가, 원내 2당(121석)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추미애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3당(38석)인 국민의당도 지난 7일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설을 했다. 그러나 의석 수 6석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 이상)을 갖추지 못한 원내 4당 정의당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추석 연휴 이후인 이날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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