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 요청 있어도 지원 가능성 낮다"

"수해 지원, 북한 책임이 먼저 다뤄져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북한의 대규모 수해로 인한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제3국에서 대북 접촉을 신청한 데 대해 정부는 접촉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접촉 승인) 수리 여부 등을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면서 "수해 지원은 북한의 피해 실태 조사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긴급 구호의 필요성과 투명성, 북한 측의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북한 측이 수해가 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면서 "이러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핵실험에 쓸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민생을 위한 수해 복구에 힘써야 된다"고 밝혀 민간 단체의 인도적 지원과 북핵 문제가 사실상 연계돼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 대변인은 "북쪽에 8월 말, 9월 2일에 수해가 났다. 그것이(수해 복구) 당면한 북한의 과업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과는 관계없는, 민생과는 관계없는 부분에 자기들의 비용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북한의 책임이 먼저 다뤄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수해 복구보다는 핵 실험에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가 수해 지원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현재까지 북한 요청이 없고, 앞으로도 요청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북한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그것이(수해 지원)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북한의 구호 요청과 관련, 정 대변인은 "모든 긴급 구호의 국제적인 원칙은 해당 국가가 요청을 해야 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해당 국가가 요청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어떤 국제적인 원칙을 준용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투명해야 하고 해당 국가의 요구가 있어야 하는 것들 등의 절차가 규정돼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17일 최악의 폭우로 인해 발생한 함경북도 수해 복구작업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사진은 함경북도 무산지역에서 파괴된 도로를 복구하는 군인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일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인도적 지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요청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정 대변인은 "법에 나와 있는 인도적 지원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무조건 하라' 라는 명령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의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끊임없이 해야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지금 상황은 경우가 다른 측면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때 반드시 북한인권법에 따른 인도적 지원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게 꼭 타당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7조에는 "재해 등으로 인하여 북한주민에게 발생한 긴급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정부가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인권법 시행 전후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 대변인은 "인권법 이전에도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충분히 해 왔다. 여기에 나와 있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부분은 좀 더 체계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지, 이것을 어겨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북민협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접촉 승인이 거부될 경우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며 "공식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 (접촉 사안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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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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