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 '저강도 쿠데타' 못 막으면 2017 대선도…"

사드 문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도록 국회 동의 추진해야

남한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 위기가 '비상시국'이며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도서관에서 김대중평화센터, 노무현재단,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기 사드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백낙청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은 사드 배치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전문가든 정치인이든 일반 시민이든 (현재가) 비상시국임을 인식하고 평상시와는 달리 움직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백 이사장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 위협이 된다는 현실을 현 정부와 여당이 매우 영리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이들이 6월 항쟁 이후 일궈 온 민주 헌정을 군사 반란이 아니라 헌정 장치의 집요하고 교묘한 악용을 통해 무너뜨리려는 '저강도 쿠데타'를 위해 '남북 대결'과 '종북 몰이'가 한결 이롭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문가가 자기 전공 분야에서의 연구만 하는 것은 한가한 일이요, 민주시민으로서의 직무유기"라며 "저강도 쿠데타 진행 여부를 검토해야 하고 그런 사태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어떻게 이를 저지하고 진정한 정상화를 이룩할지도 연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 이사장은 "국민이 이미 성취한 의식 수준을 야당 정치인들이 수용하고 북돋우지 못한다면 2017년 대선에서도 유권자는 다시 한 번 그나마 덜 불안한 낡은 세력인 현 집권 세력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며 "세월호특조위 문제, 사드 문제 등 현안 대응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만이 현재의 비상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한반도 사드배치에 관한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밀어붙이기 식'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일단 배치 자체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현실적인 대안부터 사드 배치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 장관이 제3후보지를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배치 결정 지역인 성산포대에는 사드를 배치할 수가 없다"며 "제3후보지가 롯데의 골프장인데 여기에 사드를 놓으려면 땅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성산포대와는 달리 기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대기자는 "야 3당이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북한에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지하라고 하고 한국과 미국은 한미 연합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교환할 수 있도록 중국과 치열하게 대화해야 한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사드를 내려 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기자는 "우리나라에 친중, 친미 인사가 얼마나 많나"라며 "이런 사람들을 비롯해서 국회도 총동원 체제로 각개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 위중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외교통상부 장관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핵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이걸 받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국"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이용,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판을 벌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총장은 "사드 배치는 결국 강대국 정치에 속하는 영역이다. 이럴 때는 미국, 중국 어디도 먼저 나서기가 어렵다"라며 "보이지 않는 손이 동원돼야 하는데 여기서 한국 정부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비핵화-평화협정의 교환 협상이 진행된다면 군사적 긴장은 줄어들고 사드 배치 명분도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이 핵과 미사일을 통제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하고, 그러려면 6자회담이 열려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드 배치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건 국회가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사드 배치 사안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사드의 실질 배치를 내년 이후까지 끌고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사드 배치 문제는 서둘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이 서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결론은 국회가 사드 배치 문제를 받아야 한다. 국회 내에서 토론을 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유일한 처방"이라고 밝혔다.

더민주 심재권 의원은 "사드 배치는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내년 대선까지 이 문제가 정돈되기는 어렵다"면서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국회에서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과 함께 정권 교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민주가 사회적인 현안 중 하나인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 교체가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나왔다.

송민순 총장은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디를 택할 것이냐고 물어볼 때 공화당은 집권 이후 무엇을 할지 정확히 보이니까 뽑지 못하겠고, 민주당은 뭘 할지 모르겠어서 뽑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지금 더민주가 정권을 잡아도 뭘 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정권을 잡을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정을 논하는 대표이자 제1야당이 국민의 안위 및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에서 어떻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겠느냐"라며 더민주가 향후 사드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설 의원은 "지금까지 당의 평화를 위해 일단 참은 것인데, 오는 8월 27일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정확한 자세로 사드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처할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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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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