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트럼프 괴물을 만들었다. 우리는?"

[프레시안 books] <도널드 트럼프>

지난 3월 28일, 미국 배우 수전 서랜던(Susan Sarandon)의 MSNBC와 인터뷰가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관한 대답이었다.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 (…)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예상되는) 현상 유지는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 군사화된 경찰력, 민영 교도소, 사형제, 낮은 최저 임금, 여성 권리에 대한 위협 등(은 유지 가능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계속 갈 수 있고, 그런 걸 되돌리는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논란이 된 이유는 자명하다. 수전 서랜던은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영화배우다. 그는 단순한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그는 과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대신 랠프 네이더와 같이, 그간 미국 주류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한 인물을 누구보다 앞장서 지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서랜던은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

그런 수전 서랜던이 혐오로 뭉친 듯한, 삼류에 불과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가능한 힐러리 클린턴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단순히 샌더스 탈락에 관한 분풀이가 아니었다. 서랜던은 "일부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즉각 혁명을 할 거라고 느끼고,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거다. 세상이 뒤집힐 거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 언론은 서랜던의 이와 같은 발언을 두고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대부분 유력 보수 언론도 도널드 트럼프에 등을 돌린 마당이었다.

트럼프는 위험하다. 하지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다손 쳐도 악의 제국이 된 미국이 바뀔 건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존 시스템에 균열을 낼 가능성을 보여준 트럼프가 차악으로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서랜던의 고민이었다. 서랜던은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고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가 상상해온 어떤 공약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의 에피소드를 포함해, 강준만 전북대학교 교수의 새 책 <도널드 트럼프>(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번 미국 대선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을 둘러싼 미국의 고민과 기대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여정이 어떻게 미국 대선이라는 큰 무대로 이어졌는가도 살핀다. 강준만 교수 특유의 엄청난 분량의 자료 조사 결과가 책에 꽉 들어찼다. 강준만 교수는 이 조사의 결과로, 특히 언론과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도 트럼프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 '정치의 죽음'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어떤 의미인가가 손에 잡힌다. 말 그대로 트럼프는 기성 정치에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저질 인간이다. 이런 사람이 미국을 통솔한다면, 이는 인류에 재앙이 되리라는 건 너무나도 합리적 추론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이 링컨을 낳은 공화당 경선을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정신 구조를 드러내는 막말 수준은 이미 일정 선을 넘어섰다.

▲ 세계의 극우화와 맞물려 일어난 트럼프 현상은, 어쩌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지 모른다. ⓒflickr.com

"낙태 여성들을 처벌해야 한다." (2016년 4월 5일 위스콘신주 경선 직전)

"폭스 시청자들이 빔보(bimbo, 지적이지 않은 금발 백인 여성을 대상화하고 폄하하는 속어)에게 낮은 점수를 줄수록 켈리는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에서 물러나) 다른 프로그램을 고려해야 할 것." (2015년 8월 6일 폭스뉴스 주최 공화당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이밖에도 폭스뉴스 진행자 메긴 컬리를 성적으로 비난하는, 인용하기 힘든 수준의 막말을 트위터상에 마구 쏟아냈다.)

"미국에 있는 무슬림들을 반드시 (국가 감시 명단에) 등록해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2015년 11월 19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저런 놈은) 두들겨 맞았어야 한다." (2016년 2월 22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충돌한 인종 차별 비판 인권 단체 '블랙 라이브스 매터' 회원을 두고.)

"카슨이 여전히 치료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질병을 갖고 있다.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질병은 낫지 않는다." (2015년 11월 12일 CNN의 <에린 버넷 아웃프론트>에 출연해 경선 경쟁자였던 의사 출신 벤 카슨의 어릴적 '과격한 성향'을 문제 삼으며)

"우리는 한국을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 2만8000명의 미군을 (한국에) 두고 있으며, (미국의 보호를 받는) 한국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2015년 10월 18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일본과 한국이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는 것에 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두 나라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 (2016년 3월 26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법치 국가로서 국경을 필요로 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대형 장벽을 설치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2015년 11월 1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 후보 4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종교 지도자가 한 사람의 신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 나는 기독교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 만일 바티칸이 공격 받는다면 교황은 그제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되길 바라며 기도할 것이다." (2016년 2월 11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이주민 혐오 발언을 일삼는 자신을 비판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두고.)
애초 트럼프는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후보 이전 사업가 시절 트럼프의 삶을 정리했는데, 이 책에서 그는 무자비한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거부가 된, 전형적인 천박한 부자에 가깝다. 트럼프 삶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가 진작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 이상도 이하로도 여기지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성공을 거침없이 자랑하고,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위법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에서는 미국식 거부의 천박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경선에서도 트럼프는 부를 숨기고자 하는 보통의 정치인과 달리, 부자 마케팅을 주요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트럼프 검증팀이 제기한 '러시아 마피아 연계설'에 따르면, 트럼프타워 건설 당시 트럼프는 러시아계 마피아 펠릭스 세이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건실한 기업가라기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데어데블>에 나온 악당 윌슨 피스크(킹 핀)의 모습에 가깝다.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인물이 올해 대선 무대에까지 오른 가장 큰 계기는 TV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다. "넌 해고야! (You are fired!)"라는 말을 유행시킨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 16명이 15주 동안 경쟁을 벌인 후, 최종 승리자가 25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트럼프 회사에 입사한다는 포맷의 리얼리티 쇼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매주 한 명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이 프로그램의 대성공으로 트럼프는 천박한 사업가에서 단숨에 카리스마를 지닌 사업가이자 성공 전도사로 변했다. 이제 대중은 트럼프의 말을 경청한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을 통해 전파된다. 트럼프의 생각이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는다. 대선후보라고 안될 것 없잖은가? 책을 읽다 보면, 트럼프가 대선 또한 리얼리티 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 도널드 트럼프 영웅화의 기반이 된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youtube.com

트럼프의 등장이 '정치의 죽음'인 다른 이유는, 실제 경쟁자들과 트럼프가 별 차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치 무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그저 점잖은 트럼프일 뿐이다.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미국 극우단체 티파티의 기린아다. 공화당이 트럼프의 등장에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운 이유는, 트럼프가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는 여론 조사, 정책 분석 등을 통해 드러난다. 2015년 12월 9일 <블룸버그 폴리틱스>에 따르면, "무슬림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트럼프의 막말을 지지한다는 공화당 유권자가 65%에 달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거물 일부는 트럼프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웹사이트 '스톰프런트(stormfront)'는 방문자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를 업그레이드했다. KKK단도 트럼프에 친밀감을 드러냈다. 아직도 현존하는 KKK단은 수장인 '대마법사(직책명)' 데이비드 듀크를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관해 강준만 교수는 "위축된 백인 중산층의 반이민 정서, 민족주의 성향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트럼프가 해준다'는 대리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혐오, 비 백인 혐오, 무슬림 혐오, 중국 혐오 정서가 경제 침몰 후 미국 보수의 심리 기저에 자리 잡았으며, 이를 공화당은 적극 이용해왔다. 트럼프는, 그저 미국 보수 주류가 침묵으로 지지하던 진실을 선명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공화당에서 누가 대선 후보가 되었든, 트럼프와 큰 차이 없었을 것이다. 지난 3월 2일, 영국 BBC는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트럼프는 대체로 중도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세금 정책에서 트럼프는 크루즈 상원의원보다 중도적이었다. 국가 안보에서도 트럼프는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 중도적 가치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 정책은 트럼프-레이건-크루즈-루비오-조지 W. 부시 순으로, 트럼프가 역대 주요 공화당 대통령·대선 후보 중 가장 중도적이었다. 오직 이민 정책에서만 트럼프는 극우에 가까웠다.

트럼프 등장에 따른 '정치의 죽음'을 트럼프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트럼프 현상은 좌우 정책 대결이 불가능할 지경으로 닮은 미국 주류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월가에 비판적 시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월가의 돈을 받지 않고 경선을 치렀으나, 힐러리 클린턴은 일찌감치 월가의 앞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준만 교수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대표적 잣대인 사회복지에서 그는 공화당이 줄기차게 삭감하려는 미국의 노후 연금 소셜 시큐리티, 약자와 저소득층의 의료 보장 제도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절대 축소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 정책관만 보자면, 트럼프는 오바마의 업적을 충실히 보완할 적임자다. 대외 정책 면에서도, 트럼프는 팽창주의적 정책, 전쟁 위주의 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번 대선 경선 국면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체적으로 '더 작은 미국'을 선호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가 '세계의 경찰 미국'을 더 긍정적으로 보았다.

따라서 트럼프의 등장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줄 뿐이다. 기성 정치에 분노한 미국 민중이 분노를 솔직하게 대변하는 트럼프의 말에서 정치 혐오를 투표로 행사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를 '정치의 죽음'이라 한다면 조금 이상하다. 기성 정치에 관한 분노만 따지자면, 이미 예전에 미국 정치는 죽었기 때문이다. 왜 이제야 트럼프가 대두한 걸까.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의 '맺음말' 부분에서 미국 정치가 사망한 이유, 즉 트럼프가 떠오른 이유의 하나로, 특히 전공 분야인 언론의 역할을 중요하게 거론한다. 그는 "트럼프가 온갖 비난에도 끄떡없는 불사신이 된 데엔 미디어 혁명과 더불어 그 혁명에 대처하지 못한 언론의 문제, 아니 기존 저널리즘의 기본 작동 방식과 메커니즘의 근본적 결함도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전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사가 나가면 항상 손해보다는 이득이 많기 마련"이라는 말을 트럼프는 고스란히 이번 경선 국면에서 실천에 옮겼다. 미국 언론은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빠져, 그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고스란히 대중에게 노출했다. 트럼프의 언론플레이는 피아를 명확히 구분하는 동시에, 아군의 응집을 도모하는 효과적 무기였다. 언론은 트럼프에 이용당했다.

강준만 교수는 이 때문에 '트럼프 현상', 즉 '정치의 죽음'은 "우선적으로 '미디어 현상'"이라고 단언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럼니스트 코니 슐츠는 온라인 매체 <더내셔널메모>에서 "우리, 저널리스트들이 괴물 트럼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반성했다.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언론은 트럼프에 휘둘리는 동시에, 트럼프를 이용했다. 트럼프가 현상이 되자, 트럼프를 거론하기만 하면 시청률이 오르고 사이트 방문자 수가 늘어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NN의 올해 시청률은 전년대비 170% 뛰어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자신들도 마찬가지라고 고백하며 "독자층 발굴·확대라는 욕심으로 언론이 트럼프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반성했다.

▲ <도널드 트럼프>(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인물과사상사
강준만 교수는 이 대목에서 언론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 열풍을 묶어 '편향 동화'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는 주장을 편다. 편향 동화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글은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하고, 자신의 생각과 같은 주장만 현명하고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여 결국 자신의 기존 입장을 더 강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트럼프는 이번 미국 대선 경선에 나온 공화당·민주당의 모든 후보 중 가장 '초딩스러운' 언어를 사용했다. 2015년 10월 21일 <보스턴글로브>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구사한 단어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의 언어는 중학교 1.7학년 수준이었고, 버니 샌더스의 언어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이었다.

트럼프의 언어는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선명하고 간결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간결할수록, 보통 사람의 말일수록 대중은 더 주목하고,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동화한다. 강준만 교수는 앨빈 림 웨슬리언대학교 교수의 말을 인용해 "140자만 쓰는 트위터나 10초짜리 TV 언어가 일반화된 시대에는 간결한 언어가 유권자에게 주는 반향이 오히려 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정확히 시대흐름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불과 6년 전만 해도, 재스민 혁명을 통해 이슬람 문명권에서 소셜 미디어와 언론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어젖히리라는 희망을 봤다. 그러나 이제 소셜미디어는 물론, 언론도 민주주의의 적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트럼프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인터넷 지면을 뒤덮은 말은, 지금도 증오와 혐오로 범벅되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괴물의 모습을 세밀하게 조명함으로써, 괴물이 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현상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알기 위해서도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한국에도 트럼프 현상이 일어나지 마라는 법 없잖은가. 세계의 극우화라는 조류에서 보자면, 진짜 '트럼프 현상'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나는 '트럼프 현상'은 '미디어 혁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 트럼프 현상은 그렇게 극에 이른 위선의 제도화에 대한 반동으로 사실상 '위선의 종언'을 선언하고 재촉하는 현상이기도 하며, 이런 현상은 이미 우리 사회에도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사회학자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최근 출간된 일련의 청년 문화 분석서들은 '위선의 종언'이 '능력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당당하게 외쳐지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 트럼프 현상은 일반적인 비난과 단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바로 그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좀더 진지하게 대해야 할 현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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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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