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환경적·경제적 효과, 상상을 뛰어넘다

[살림이야기] 자전거의 장점과 미래·①

'생활자전거'란, 통학이나 출퇴근·장보기·운동 등 일상에서 이용하는 자전거이다. 내가 일하는 '하자센터'에는 버려진 자전거를 리폼해서 만든 장보기용 공용자전거 '라임이'가 있다. 라임이는 3년째 매일 1~2회 정도 소소한 이유로 동네를 누빈다. 라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자물쇠가 없고 누구나 타고 다닌다는 점이다. 라임이가 공공 생활자전거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자전거에 숨은 공공성

나는 2012년 1월부터 하자센터 자전거 공방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청소년들은 대개 혼자 신 나게 빠르게 멋있게 달리는 수업을 상상하며 공방을 찾는다. 그러고는 이내 실망한다.

왜냐하면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게 아니라, 버려진 자전거를 분해하고 녹을 닦는 리사이클링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이 서로 손을 보태며 자전거 한 대를 완성한다. 드디어 리사이클링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향해 첫 페달을 밟는 순간, 다 함께 탄성을 지른다.

이 자전거를 집에 가져가거나 공공자전거로 기증한다. 기증된 자전거를 라이딩 수업에 사용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긴 자전거는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직접 정비한다. 또한 학생들이 만들면서 서로 협력한 것처럼 도로에 나가서는 배려의 속도를 찾기 위해서 땀을 흘린다. 때로는 자동차 운전자들을 향해 등 뒤에 '자동차가 무서워요, 나도 운전자, 차와 자전거가 부딪치면 누가 더 아플까요?' 등의 문구를 붙이고 캠페인을 벌이고,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청소년을 위한 자전거면허시험'도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

▲ 하자센터의 장보기용 공공자전거 '라임이'. Ⓒ박정규

1990년대 자동차의 보급에 밀린 자전거

1980년대 후반까지 자전거는 국민들의 대중교통수단이자 소화물 운송수단으로(쌀집 자전거) 동네마다 거리마다 어디든 달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 대중교통수단의 자리를 자동차에게 내주고, 값비싼 고급 자전거를 이용한 레저스포츠로서 동네의 도로가 아닌 산으로 강으로 핸들을 크게 돌려야만 했다. 2000년 후반부터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환경보호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여 부흥기를 맞이했다. 덕분에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4대강 자전거길이 완공되었으며, 전국 15개 주요 도시에서 공공자전거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전거 인구 1200만 명 시대가 열렸고, 자전거 문화의 변화 속도는 거의 자동차급. 그러자 이제는 너무 빠르지 않게, 좀 더 안전하게, 한결 편리하게 도시 안에서 달리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자전거는 짐을 나르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서울 영등포유통상가 거리의 쌀집 자전거. Ⓒ박정규
현재 국내 자동차 수는 2140만 대(2016년 6월 통계청), 자전거 수는 1022만 대(2015년 통계청)로 추정되며, 자전거 인구는 1200만 명,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2.1%(44만 명, 2010년 통계청)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멀게만 느껴진다.

자전거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탈것으로 '탄소제로 교통수단'이다. 자전거를 통한 환경적·경제적 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평균 연비는 약 10km(연비: 자동차가 1L의 연료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다. 최근 휘발유 평균 가격은 1L에 약 1400원. 1일 출퇴근으로 평균 2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1년만 꾸준히 자전거 통근을 하면 약 100만 원이 절약된다. 덤으로 건강도 챙기니 의료비까지 줄어들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자동차 출퇴근 시간에 비례하여 줄어드니 1석 3조의 효과다.

서울환경연합에서는 2007년에 '자전거로 CO₂ 다이어트' 캠페인을 벌였다. 1년간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의 주행거리는 64만km. 감축한 이산화탄소는 무려 10만kg에 달했다. 30년생 낙엽송 6067그루를 심은 효과다.

미래형 생활자전거인 전기자전거와 카고바이크

친환경적인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부각되면서 최근 다양한 자전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전기자전거와 카고바이크이다. 전기자전거는 말 그대로 전기의 도움을 받아서 가는 자전거다. 구동방식에 따라 페달을 밟는 힘에 비례하여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페달 어시스트 방식(PAS), 레버나 버튼으로 모터를 가동시키는 스로틀 방식, 이 두 가지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방식 등으로 분류된다. 전기자전거는 기존의 자전거가 가지고 있는 생태학적 특징, 즉 작고 조용하고 소박한 탈것이라는 장점을 그대로 지내고 있다. 페달과 함께 사용하면 1회 충전 기준으로 평지를 60~70㎞ 갈 수 있다. 1회 충전에 들어가는 전기요금은 100원. 한 달 내내 써도 3000원이면 충분하다. 한국처럼 언덕이 많은 지형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경사로를 넘을 때 어려움이 많은데, 전기자전거는 이를 극복하게 해 준다.

2015년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4007만 대, 한국은 1만 3000대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0.1%도 못 미친다. 국내에서 전기자전거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값이 비싼 편이다. 두 번째는 도난 문제이다. 자전거 이용자 평균 53%가 도난 경험이 있다.(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세 번째는 미비한 법 제도이다. 현재 전기자전거는 원동기로 분류되어 면허를 취득해야 이용할 수 있다. 원동기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고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전기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일반 자전거보다 빨라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절대적인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밟는데 들어가는 힘에 비해 가속이 빠른 것이다. 국내에서 전기자전거는 시속 25km 제한 규정에 맞춰서 생산하기 때문에 그렇게 위험할 만큼 빠르지 않다.

카고바이크는 말 그대로 수레를 끄는 자전거다. 유럽에서는 우편배달용, 아이를 태우는 유모차 대용, 100kg까지 짐을 운반하는 운반용, 가판을 달아서 소규모 창업까지 하는 이벤트용 등 다양한 카고바이크가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만나기가 어렵다.

하자센터 자전거공방에서는 카고바이크가 앞으로 생활자전거 문화의 중심이 되리라고 기대하며, 지난해 여름 카고바이크 2대를 실험 제작하여 가을에 운행한 경험이 있다. 1대는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운반하는 다용도, 1대는 손쉽게 짐을 운반하는 용도로 만들었다. 학생 1명을 태우고 영등포에서 노들섬까지 달려 보고, 노들섬의 텃밭에서 김장 재료들을 싣고 달려 보았다. 부피가 크고 무게가 제법 무거운 점, 방향을 바꿀 때 주의가 필요한 점 등을 개선해야 하지만 예상보다도 잘 만들어졌다. 또 서울 영등포 일대의 도로환경을 조사하면서 이미 운행되는 카고바이크를 여러 대 발견했다. 미국에서 아들이 보내 줘서 몇 년째 장 보러 갈 때는 꼭 타고 간다는 어머니, 점심 배달 음식을 가득 싣고 시장 골목을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는 아주머니, 건강음료를 배달하는 배달원 등이었다.

▲ 수레를 끄는 '카고바이크'는 미래형 생활 자전거로 주목받고 있다. 하자센터에서 실험 제작한 카고바이크. Ⓒ박정규

카고바이크도 오르막을 올라갈 때는 전기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자연스레 전기자전거가 활성화되면 카고바이크도 활성화되는 시너지 관계에 있다. 대안교통수단에 대한 국가적 개선 의지와 친환경적인 사회적 관심이 맞물려 돌아갈 때 도로에서 전기자전거와 카고바이크를 흔하게 볼 수 있는 날의 시기가 결정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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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야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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