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판의 순간에 섰다"…힐러리 수락 연설

"샌더스의 대의가 우리의 대의"…샌더스 지지층 공략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되면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본격적인 본선 승부에 돌입했다. 그는 자신의 대선 구호인 "함께하면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를 수차례 언급하며 트럼프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28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행사로 클린턴 전 장관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진행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힘을 합해 미국을 자유롭고 공정하고 강하게 만들자"면서 "누구도 이것을 홀로 할 수 없으며, 그것이 우리가 함께하면 더 강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은 다시 한 번 심판의 순간에 섰다. 미국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처럼 아무런 보장이 없는 상태"라면서 "우리가 힘을 합해 함께 일어설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혼자서 미국의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밝힌 트럼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을 세계로부터 분리시키고, 우리 내부에서 서로를 갈라 놓으려 한다. 그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그리고 서로에 대해 두려움을 갖길 원한다"면서 "하지만 80년 전 민주당의 위대한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 28일(현지 시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는 장벽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대신 누구든 좋은 대가를 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며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을 치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미 우리의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는 수백만의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혀 이민자 유입에 부정적인 트럼프 후보와 각을 세웠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는 어떤 종교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미국인들, 그리고 우리의 동맹들과 함께 테러리즘에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혀,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트럼프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는 진짜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는 공허한 약속들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우리는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고 좋은 직업을 갖게 할 것이며 아이들이 기회를 갖도록 만들 것이라는 분명한 계획이 있다. 선택은 명확하다"라며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버니 샌더스와 함께 할 것"


이날 연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당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의원을 두 차례 언급하며 샌더스 지지자들을 공략했다.

그는 나흘 동안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찬조 연설을 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조 바이든 부통령,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주요 인사를 모두 언급한 뒤 맨 마지막으로 샌더스 의원에게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하며 샌더스 의원을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버니, 당신의 선거운동은 수백만의 미국인들에게 영감을 줬고, 특히 젊은이들이 우리의 경선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쏟게 했다"며 "경제와 사회 정의 문제를 중심 이슈로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샌더스와 함께 중산층의 대학 등록금 면제를 이뤄나갈 것이고 수백만 명의 학생들의 부채를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의 정강은 샌더스의 믿음을 담고 있다. 여러분의 진보적 정강은 미국을 위한 진정한 변화로 바뀔 것"이라며 "샌더스의 대의가 곧 우리의 대의"라고 강조했다.

▲ 버니 샌더스(가운데) 상원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의 후보 수락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대외 문제와 관련,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후보와는 달리 기존 동맹국가와 협력을 강조하며 개입주의와 글로벌리즘에 입각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를 비롯해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맞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IS(이슬람 국가)를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무역협정에 단호히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여러분이 믿는다면 우리는 중국에 맞서야 한다"면서 "철강 노동자와 자동차 노동자, 국내 제조업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미국 중부지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 유권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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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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