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외 대안 없다? 내년 말까진 무방비 상태?

[정욱식 칼럼] 정부는 '불통', 야당은 '무능력'…대한민국 위기의 본질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 말이 화제다. 한마디로 '사드의 대안이 뭐냐'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에 중차대한 함의를 지니고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불통 리더십'을 거듭 확인시키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사드의 대안이 뭐냐'는 의문은 대통령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도 이런 의문을 품고 있고, 심지어 야당 내에서도 이런 기류는 읽힌다. 사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어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냐'는 말도 들린다.

대안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선택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드는 결코 한국 안보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북핵을 키워 안보 딜레마를 격화시키고,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불신과 적대성을 키우게 될 것이며, 한국의 미래를 지정학의 감옥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것도 우리가 치러야 할 막대한 비용이다.

그렇다면 사드의 대안은 무엇일까? 대안은 억제, 관계 개선, 협상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이들 가운데 억제는 이미 작동하고 있고, 관계 개선과 협상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미 양국이 회피해온 것들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이외에 북핵을 상대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이건 '위험한 착각'이다. 위험한 이유는 간명하다.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면 내년 말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사드 외에 대안이 없다'면 한국은 지금부터 내년 말까지 북핵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미국은 사드를 비롯해 미사일 방어체제(MD)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도 최대 4만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소련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소련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가공할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한 덕분이다. 물론 이 역관계도 성립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련도 억제한 미국이 북한을 억제하지 못할까? 북한은 살려고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무기를 쓰는 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게 과연 합리적인 가정인가? 나는 한미동맹이 북한의 핵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도 '혹시'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는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포기한 대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에게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이들 나라의 핵 전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핵 공격을 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관계 개선에 힘입은 바가 크다.

▲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박근혜(가운데) 대통령 ⓒ청와대

하여 두 번째 대안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군사적 긴장을 낮춤으로써 만에 하나라도 북핵이 사용될 수도 있는 환경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황망하기 그지없는 '흡수통일'의 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망상이야말로 혹시라도 북핵이 남한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그래서 '사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자해적인 집착의 자양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협상이다. 정부는 협상 무용론에 사로잡혀 있지만, 기실 지금까지 협상다운 협상은 없었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2월에 중국이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 협상'도 거부했다. 북한이 7월 6일 약 3년 만에 '조선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협상 의사를 내비친 것도 일축했다.

물론 협상을 한다고 해서 비핵화가 단번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핵이 20개일 때와 100개일 때에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협상의 1차적이고도 당면한 목표는 '북핵 동결'에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는 외교적 노력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가 '자해적인 선택'인 사드는 철회 내지 유보하고 '자위적인 대안'인 남북관계 개선과 핵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면 야당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당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게 당론'이라는 희한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사드가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긴다. 더민주는 사드를 지나가는 문제 정도로 바라본다. 두 개의 거대 정치세력의 두 가지 오판이야말로 대한민국 위기의 본질인 것이다.

사드의 대안 부재는 결코 이 무기의 대안이 없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사드의 대안이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거나 모른 척 하면서 비판세력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드를 이용하고 있다. 제1 야당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하고 복잡해지는데 실력도 의지도 비전도 실종된 모습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여 사드 대란의 본질은 '정치의 일탈과 부재'에 있다. 그리고 이걸 바로잡을 몫은 바로 국민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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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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