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제 복지부가 답하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시행령 개정으로 문제 해결 가능

7월 25일은 기초연금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20만4010원이 통장에 입금되고 다음달 20일 생계 급여에서 같은 금액이 공제되는 걸 확인할 것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탓이다.

이 문제점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직후인 2014년 추석에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노인 복지관을 방문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2015년 2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보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모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미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최근에는 진보 언론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까지 적극 나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만 묵묵부답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근거는 보충성 원리이다. 생계 급여가 최저 생계비와 가구별 소득 인정액의 차이를 보충해주는 제도이므로 기초연금만큼 소득 인정액이 올랐으므로 생계 급여를 공제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과연 이 주장은 얼마나 타당성을 지닌 것일까? 보건복지부가 알아야 할 여섯 가지 사실을 전한다.

1.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기초연금법 취지에 위배

기초연금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노인에게 드리는 보편적 수당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복지이다. 이러한 취지는 기초연금법에도 명확히 명시돼 있다. 특히 기초연금법은 제5조에서 기초연금 감액 방식을 다루면서 6항에 감액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 여기서 감액 원리에도 불구하고 20만 원을 전액 지급하는 대상을 명시했는데, 장애인 연금 수령자, 기초생활 노인 등이 열거되어 있다. 기초연금법 제정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도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20만 원을 받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약 기초연금만큼 기초생활보장 생계 급여를 삭감하는 것이었다면 기초연금법에 굳이 기초생활 노인에게 20만 원 지급한다고 명시할 이유가 없었다. 기초연금법이 이러한 예외 조항을 둔 취지는 기초생활 수급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법인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이 기초연금을 소득 인정액으로 포함해 생계 급여에서 그만큼을 공제하고 있다. 이는 기초연금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2. 보충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공적 이전 소득이 다수 존재

정부는 보충성 원리가 절대 철칙인 양 주장하지만 이미 다수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표 1]에서 보듯이, 아동에게 제공되는 보육료 지원, 집에서 돌보는 아이에게 제공되는 양육 수당, 장애인들이 받는 장애인 연금, 국가유공자 생활조정수당, 자활소득의 일부(30%) 등은 소득 인정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의 심각한 노인 빈곤 실태, 기초연금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기초연금도 소득 인정액에서 제외해야 한다.

[1] 기초생활보장법령에 따른 소득산정 제외 금품 (2013년 기준)

제외사유

지원 제도

월 지원액

근거규정

가구특성별

지출요인 고려

<장애인 추가비용 관련>

기초법 시행규칙

2

(일부 시행령 제3,

지침에서 규정)

장애인연금

15.521.1만원

장애수당

3만원

장애아동수당

10만원20만원

<보육교육 등 전제로 제공받는 보육료 등>

한부모 아동양육비

1인당 5만원

아동보육료

2239만원

유치원교육비

국공립 6만원

사립 22만원

양육수당

1020만원

<질병의 치료 등에 필요한 비용>

희귀난치성 질환자 호흡보조기 대여

10.212만원

만성질환 치료 등으로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의료비

해당 금액

<기 타>

국가유공자 등 생활조정수당

1526만원

참전유공자 등 참전명예수당

15만원

근로유인적

성격의 급여

장애인 직업재활사업 소득

해당 소득의 50%

자활사업 참여 소득

해당 소득의 30%

장애인, 노인, 대학생

근로사업소득

해당 소득의 30%

행정인턴 소득

해당 소득의 10%

타법률 규정

일본군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

95.3만원

위안부지원법

한센인피해사건 피해자 생활지원금

15만원

한센인피해사건 진상규명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2014),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 보고“ (2014.2) 19.


3.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실시된 이후 도입된 (준)보편적 사회 수당

기존에 기초연금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충성 원리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었다면 기초연금에 보충성 원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된 추가 복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을 경청하기 바란다.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연계하여 볼 때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기초연금제도가 나중에 도입되었고,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대해 지급한다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최저생계 수준을 만족한 이후에도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는 추가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기초연금 제도 평가>(탁현우 지음, 국회예산정책처 펴냄, 2016년), 39쪽)

4. 보충성 원리의 근거인 최저 생계비(생계 급여) 기준이 너무 낮다.

백번 양보해 보충성 원리를 따른다 해도,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에서 보충성 원리의 정당성은 취약하다. 현재 보충성 원리의 기준인 최저 생계비(2016년 중위소득 29%, 향후 30% 예정)가 과연 현실성 있는 절대 빈곤 기준선일까?

보통 상대적 빈곤율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 중위 소득 50% 이하이다. 정부의 공공부조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준선이 이 수준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30%다. 이렇게 낮은 생계 급여 기준을 토대로 운영되는 보충성원리는 애초 정당성이 취약하다.

정녕 정부 논리대로 생계 급여의 보충성 원리가 중요하다면 노인 생계 급여의 기준을 기초연금만큼 상향하는 개선을 통해 기초연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낮은 생계 급여를 상향하는 긍정적인 일이기도 하다. 아직 이러한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그때까지는 기초연금이 생계 급여와 별도로 지급돼야 한다. 이것은 기초연금법의 취지에도 부합하고, 빈곤 노인의 실질적 생활 개선에도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5.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노인 소득 격차가 더 커진다

기초연금 도입 과정에서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별도로 받으면 차상위계층 노인보다 소득총액이 많아져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쟁에 종종 등장하는데 어이가 없는 주장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사이에서 현금 소득 역전 현상은 기초연금과 무관하게 이미 존재하는 문제이다. 실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재산, 부양 의무자 등에서 소득이 나온다고 가정하는 소득 인정액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현금 소득에선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보건복지부가 '소득 역전 현상'을 해결하고 싶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 인정액 제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재산에 대한 소득 환산, 부양 의무자제 등을 폐지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서 기존에 존재하는 문제를 마치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발생할 것처럼 사실을 호도한다.

기초연금 도입으로 실제 발생한 형평성 문제의 실체는 다음 그림과 같다. 기초연금 도입 이전에는 소득 인정액이 최저 생계비 미만인 사람들이 공적 이전소득으로 생계 급여를 받았다. 그런데 기초연금 도입으로 일반 노인들은 기초연금만큼 소득이 늘어나는데 수급 노인만 이전과 동일하게 공적 이전 소득이 동일하다. 기초연금만큼 생계 급여가 공제된 결과이다. 그 결과 기초연금 도입으로 오히려 노인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역진적 일이 발생한다(노인들의 소득 인정액이 검정 선에서 빨간 선으로 이동).

[그림 1] 기초연금 도입 전후 노인 소득 변화


빈곤 노인들의 요구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 인정액 산정에서 기초연금 항목을 제외하라는 것이다.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을 포함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별도 소득으로 인정하라는 제안이다. 이렇게 해야 하위 70% 노인의 현금 소득이 일제히 함께 증가한다. 기초생활 노인, 차상위계층 노인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다. 지금 지위에 어떠한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6. 필요 재정 9000억 원은 고령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감당해야 할 재정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는 데 소요되는 재정은 어느 정도일까? 국회예산정책처 재정 추계에 따르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소요액을 합쳐 2017년 8893억 원이다(시설에 있는 기초생활수급 노인 제외한 36.5만 명 기준).

작은 재정은 아니다. 기초연금은 현재 필요 재정이 10조 원에 달하는 대형 복지이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복지이다. 9000억 원은 절대액에서 크지만, 비중으로 보면 전체 기초연금 예산의 1할보다 작다. 기초연금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노인 복지이다.

이제는 해결하자!

해법은 명확하다. 행정적으로는 보충성 원리와 충돌하지 않는 방안이 이미 존재한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기초생활보장 급여는 최저 생계비와 수급자의 소득 인정액의 차이를 지급하는 것이기에, 기초연금으로 인해 소득 인정액이 늘어나지 않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소득 인정액 범위에서 '기초연금' 단어를 삭제하면 된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서지 않으면 국회가 법을 개정하는 것도 해법이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이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도 모두 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시행된 2014년 7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014 국정 감사 정책 자료'에서 "소득 불균형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지급되는 각종 공적 이전 소득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라 하더라도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 인정액 산출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 6월 펴낸 <기초연금 제도 평가> 보고서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지닌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소득 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전액 인정하는 현행 방식', '소득 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전액 제외하는 방식', '소득 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일부 제외하는 방식' 등을 제시한다. 여러 대안을 제시한 셈이지만 사실상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라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이제는 문제를 해결할 때이다. 이전에 최경환 부총리, 이완구 국무총리도 '검토하겠다' 답변했고,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예산처가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이 모두 나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사안이 바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20대 국회에서 야 3당이 한목소리로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보건복지부, 새누리당이 전향적으로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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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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