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무수단 성공에 뛸듯이 기뻐한 이유는?

[한반도 브리핑]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이 갖는 정책적 함의

북한이 6월 22일 사거리 3000~4000킬로미터의 무수단(북한명 '화성-10')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무수단 미사일은 미국의 공군, 해군 기지가 있는 괌(Guam)을 사정거리 내에 두고 있어 만일의 경우 핵무기를 탑재한 무수단 미사일의 대미 공격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예전과는 다른 매우 심각한 군사 안보 위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의 성공과 그에 따른 군사 안보적 위협이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사실 이미 무수단 미사일은 몇 년 전 군사 안보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2013년 3~4월 한미 합동 군사 훈련(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때였다. 당시 미국은 태평양사령부의 작전 계획에 따라 전략폭격기 B-52, 스텔스 폭격기 B-2, 공격형 핵잠수함 샤이엔 호 등을 '공개적'으로 훈련에 참가시켜 대북 '핵 무기 사용 위협 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핵 전쟁 도발을 기정사실화"했고 미국의 핵 위협이 실행 단계에 들어가 "실동(實動) 핵 타격 훈련"으로 이뤄지면서 이제 한반도에서 "핵 전쟁이 표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인 의미"를 띠게 된 이상,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 선제 타격 권리를 행사"하는 차원에서 미 본토, 하와이, 괌 등 미군 기지들과 남한과 그 주변 지역의 적 대상물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을 하고 나왔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4월 5일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2기를 열차에 실어 동해안으로 이동시켰다. 무수단 미사일은 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배치된 미사일이어서 실전에서의 성능이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북한이 그렇게 한 데에는 나름대로 기술적인 자신감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은 4월 6일, 발사대가 장착된 차량(TEL)에 실어 무수단 미사일을 원산 부근에 은폐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미사일 발사의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없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미사일 방어를 그만큼 더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은 서애 류성룡함을 동해에, 율곡 이이함을 서해에 배치했고, 미국은 급히 이지스 능력이 있는 구축함 2척과 레이더함(SBX-1)을 서태평양(일본 동쪽)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기지를 둔 미 제15구축함 전단 소속 유도탄 탑재 구축함들 4척으로 하여금 한국 영해에 진입해서 한국 군함들과 함께 훈련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유도탄 탑재 구축함인 데카투어 호(USS Decatur)는 이미 7개월간의 아시아 임무를 마치고 모항(母港)인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로 귀환 중이던 4월 1일, 회항하여 서태평양(일본 동쪽 해상)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데카투어 호의 회항은 원래 2013년도 한미 합동 군사 훈련 계획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한편, 하와이를 떠나 서태평양으로 오고 있었던 미 레이더 함은 4월 8일경에야 서태평양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한국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4월 7일, 북한이 4월 10일 전후에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는 등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미 국방부는 이미 4월 3일 괌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그곳에 미사일방어의 핵심인 사드(THAAD)를 수주일 내에 배치하기로 했으나, 괌에 사드가 배치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당시 위급한 상황에 대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취한 행위들을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과 위협"으로 규정했고, 한반도의 "복잡하고, 불길이 솟을 수 있는 상황"이 더 나쁜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미국, 미국의 동맹국의 이익이며, 또 중국도 결코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당시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윤병세 한국 외무장관을 만나 미 국방부는 안보 관련 약속을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외교적인 노력이 북한으로 하여금 평화의 길을 추구하도록 고무하는 것이 근본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가 어렵다고 보고, 기존의 공개적인 대북 핵무기 사용 위협 훈련(Plan A)을 중단하고 4월 11일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Plan B). 이로써 2013년 봄 반도에서 근래 보기 드물게 고조됐던 전쟁 위기는 가라앉았다.

당시 한반도에서 근래 유례없는 '실질적이고 명백한' 전쟁 위험이 고조되자, 무려 280여 명의 전 세계 분쟁 전문 외신 특파원들이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GM은 한국으로부터 철수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봄 사건을 겪은 후, 미국은 빠른 속도로 괌에 사드를 배치했다.

결국 미국은 2013년 봄을 계기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실제적' 위협으로 실감했고, 이후 한국을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끌어들이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쏟았다. 미국은 최근에는 남한 땅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대한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상황 전개의 한 가운데 북한의 대미 '무수단 미사일 공격 위협'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화성-10'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시험 발사를 참관하던 김정은(가운데)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 성공이 확인된 이후 기뻐하는 모습. ⓒ노동신문

3년의 세월이 흐른 2016년에 들어 북한은 일련의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섰고, 다섯 번 실패 후 여섯 번 만에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의 성공이 갖는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북한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괌에 있는 미 공군과 해군 기지를 직접 (핵)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사실상 최초로 하나의 강력한 공격 미사일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비록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은 상태로 실전 배치된 미사일이었지만, 2013년 봄에 무수단 미사일 공격 위협이 미국과 한국으로 하여금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중에 원래의 작전 계획을 포기하고 대화를 제의해야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무수단 미사일의 실험 발사 성공이 가져온 위협은 매우 실질적인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 시 고온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어서, 이번 시험 발사 성공은 향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개발 성공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실제 효과가 있든 없든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라는 국내외 압력이 더욱 증가될 것이고,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북한 핵, 미사일 문제는 더욱 악화되는 등 한반도 군사 안보와 국제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대결적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이라는 매우 강력한 군사 안보적 무기를 하나 더 보유하게 되어 국제사회가 북한을 다루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 보유국과 미사일 강국의 자위를 이미 굳혔고, 우리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의 선택은 여태까지처럼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하여 다시 한 번 '원칙'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화와 협상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미리 결론을 내는 정책에 매달리는가? 어떻게 그러한 정책을 합리적이고 정당한, 문제해결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압력과 제재라는 처벌정책이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정책이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는 위험성을 안고 있을진대, 언제까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대북 붕괴 정책을 강화하고 지속한다면, 그 부정적인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이며 그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상호 협력하지 않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 하나라도 있는가?

제7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해 왔다. 그 제의들이 아무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해도, 지금처럼 급속히 악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남북 간에 대화를 재개하는 수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그래도 레임덕을 줄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남북 관계 카드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치 공학적으로 남북 관계 카드를 사용해도 좋으니, 조속히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여 민족화해 문제, 무수단 미사일 문제, 북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여 민족의 희망을 세우는 방향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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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미국 University of Georgia를 거쳐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Harvard University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김대중평화회의(The Kim Dae-jung Peace Forum)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종연구소장을 지냈고,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및 자체평가위원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서울-워싱턴포럼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North Korea’s Foreign Palicy: The Kim Jong-un Regime in a Hostile World (공저, 근간), <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정책>(2018)을 포함하여 역대 남한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다룬 저서 5권, <김정은 시대의 북한정치 2012~2014>(2015), <제2기 오바마정부 시기의 북미관계 2013~2014>(2014), <북한 권력의 역사: 사상·정체성·구조>(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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