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원 살해범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

높았던 영국 유럽연합 탈퇴 여론, 잔류 쪽으로?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의자 토머스 메이어가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밝혔다. 그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해 정치적인 사안 때문에 콕스 의원을 살해했음을 은연중에 암시한 셈이다.

살인과 상해 및 총기‧흉기 소지 혐의를 받은 메이어는 18일(이하 현지 시각) 오전 런던 웨스트민스터 형사법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15분에 걸친 심리 동안 오직 이 말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어는 누가 반역자인지, 영국에 어떤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범행 당일 그가 외친 문구와 연결지어보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메이어는 범행 당일인 지난 16일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영국이 우선)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브리튼 퍼스트'라는 영국 극우단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자신들과 메이어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살해와 같은 행동을 부추기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메이어가 특정한 정치 단체에 소속돼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지금까지 공개된 발언만 종합해보더라도 그는 영국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그가 법정에서 밝혔던 '반역자'는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하던 콕스 의원을, '자유'는 유럽연합으로부터 탈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 영국 의회 광장에 마련된 조 콕스 의원의 임시 추모 장소. 가운데 사진이 조 콕스 의원 ⓒAP=연합뉴스

이처럼 메이어가 정치적인 이유로 콕스 의원을 살해한 것이라는 정황이 굳어지면서 오는 23일로 예정돼있는 브렉시트 투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 사건 이후 브렉시트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인 서베이션은 지난 17~18일 영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5%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탈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2%로 집계됐다.

이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유럽연합 탈퇴 의견이 높았던 최근의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다. 특히 콕스 의원이 피살되기 전인 15일, 같은 기관에서 했던 조사에서는 유럽연합 탈퇴가 잔류보다 3% 포인트 높았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 역시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유고브는 16∼17일 이틀동안 실시한 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는데, 유럽연합 잔류가 44%, 탈퇴가 43%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직전 조사에서 유럽연합 탈퇴가 찬성보다 7% 높았던 점을 감안해보면 여론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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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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