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앤장-SK-이마트를 살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⑫] SK, 애경, 이마트를 수사해야 하는 이유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려 한다는 소식에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이들과 함께해온 환경, 시민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서 가해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 등은 쏙 빠졌기 때문이다. 또 옥시와 '짜고 치는 고스톱' 식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 연구를 조작, 왜곡했던 서울대학교, 호서대학교 교수는 모두 구속하면서도 이를 진두지휘한 로펌 김앤장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또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정부 관련자도 소환 조사를 벌일 만한데도 소식 감감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검찰 수사를 보면 (염화)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기업들은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에 대해서 검찰은 정부가 사건원인을 규명하는 역학 조사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한 결과 이들 성분은 폐 섬유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에 근거해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이 이런 근거로 수사하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판단이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별 피해자 현황(1, 2차 조사, 판정 기준)'을 보면 CMIT/MIT 성분을 사용한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만을 사용한 피해 신고자 가운데 1단계 2명과 2단계 1명 등 사망 피해자 1명을 포함한 3명에 대해 폐 손상을 인정해 정부 지원금 대상으로 판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조사, 판정 결과에 따라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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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이마트 제품 피해자 사망 26명 포함 최소 71명

CMIT/MIT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함께 사용한 피해 신고자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 손상 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해 1, 2단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애경 제품 55명(사망 18명), 이마트 제품 16명(사망 8명) 사망자 26명을 포함해 모두 71명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검찰이 이들 회사에게 가습기 살균제 완제품을 만들어준 SK케미칼을 포함해 이들에 대해서 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즉각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하고도 반쪽 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특별 검사를 임명해 검찰이 손을 대지 못한 이들 기업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게 될 것이다.

2011년 봄 어린이와 산모들의 잇단 죽음으로 이어진 원인 모를 중중 폐 손상의 범인을 하루빨리 잡기 위해 역학 조사와 동물 독성 실험이 잇따라 이루어졌다. 당시 최대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역학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것과 이를 뒷받침하는 동물 독성 실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으뜸의 길은 사람에게서 일어난 질병의 증상 등을 토대로 원인 인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동물 실험은 이 과정에서 보조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은 장기의 구조와 생리적 현상이 다르고 특히 하등 동물일수록 더욱 그렇다. 실험 쥐(rat)나 실험 생쥐(mouse)에서 독성이 나타나더라도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실험 동물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사람에게서는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를 보면 인공 감미료 사카린은 쥐에게서는 발암성을 보인 반면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서는 발암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기형아를 양산한 탈리도마이드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기형 유발성이 없었으나 침팬지와 사람에게서는 심각한 기형 유발이 나타나 최악의 약화 사고를 일으켰다.

독성 전문가, PHMG 등에 초점 맞추다 다른 성분 독성 논의 소홀 후회

당시 역학, 독성 연구에 참여한 독성 전문가들은 2011년 산모, 어린이 연쇄 사망의 원인을 하루빨리 국민에게 알려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CMIT/MIT의 동물 실험 결과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즉 PHMG와 PGH 제품의 시판을 막기 위해 시급히 조치를 해야 한다는 논의에 큰 관심을 두다 보니 당시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CMIT/MIT 동물 실험의 미비점과 한계에 대한 토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CMIT/MIT 등에 대한 추가 연구와 종합 독성 평가 등을 하지 못한 채 발표를 하다 보니 마치 이들 물질은 폐 손상을 포함한 건강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는 화학 성분처럼 잘못 비쳐졌다고 덧붙였다.

독성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백서>에서 CMIT/MIT 성분은 농약으로 쓰이는 유독성 성분이며 이를 미국 환경청과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EU SCCS)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물질의 독성에 대해 급성 독성이 높으며 피부 및 안구 자극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급성 독성은 흡입, 경구 피부 등 모든 투여 경로에서 단일 물질로 투여하는 것보다 CMIT에다 MIT를 3대1 비율로 혼합해(SK케미칼이 만들어 애경 등에 납품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투여하면 독성이 더 높아진다고 백서는 소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인체 발암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CMIT/MIT 성분은 부식성이 강하며 흡입 시 최초로 노출되는 코 부분에 염증을 일으켜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비염 증상이 나타나고 그 밖에 호흡기도(氣道)가 주요 피해 부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적 판단하는 검찰이라면 SK, 애경, 이마트 당연히 수사해야


백서와 전문가들의 증언, 그리고 정부의 1, 2차 판정 결과를 종합하면 CMIT와 MIT는 폐 손상을 비롯해 코, 호흡기 등 다양한 기관에 악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임을 알 수 있다. 애경, 이마트 제품 등을 사용한 피해자와 피해 신고자들도 이들 제품을 사용하고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는 정상적 판단을 하는 검찰이라면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검찰 수사가 PHMG와 PGH를 넣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만들어 판 기업과 그 관련자에 대해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에 앞으로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회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피해자 단체와 환경, 시민 단체의 시위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도 앞으로 이 부분과 관련해 보도의 초점을 맞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CMIT와 MIT 성분의 제품을 제조, 판매해 피해자를 양산한 기업에 대해서 형사고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진 2011년부터 피해자 실태와 사건의 원인 등에 대한 수십 편의 글을 6년째 기고해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백서> 총괄편집인을 맡았으며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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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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