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속도 내는 미국, 트럼프 요격용?

[정욱식 칼럼] 미국, 한반도 사드 배치 서두르는 이유는…

또 다시 사드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엔 미국발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6월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에 앞서 "한국과 사드 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펜타곤의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한술 더 떴다. 그러자 한국 국방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한민구 국방장관은 군사적 실효성이 있다며 "사드 배치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을 만난 다음 발언의 수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적어도 한미 국방 당국 사이에는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자 중국과 러시아가 이구동성으로 "결연히 반대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한반도 핵문제를 사드 등 군사적으로 대응하면 상황만 악화된다는 논리다.

아울러 이들 나라는 사드 배치를 미국 주도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 체제(MD)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되면 전략적 균형추가 미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다며 사드 배치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사드 문제에 가세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7일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일본은 지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한민구(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애슈턴 카터(가운데)미국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을 만나 3국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중국에 볼 일 다본 미국, 본심 드러내나?


그렇다면 미국은 왜 또다시 사드를 들고나온 것일까? 물론 미국은 북한이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추가적인 이유가 있다. 미국은 중국에게 일단 볼 일을 다 본 반면에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높아졌다. 우선 여기서 '볼 일'이란 2월 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대한 중국의 동의와 3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참석 문제를 의미한다. 당시 미국은 사드 배치를 '톤 다운'하면서 이들 사안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낸 바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높아졌다고 여기고 있다. 남중국해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북중 관계가 복원될 조짐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미국은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북한을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발표했고 중국의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에 북한을 포함한 제재 대상국과의 수출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뒤이어 중국의 가장 큰 전략적 우려인 사드 배치까지 들고 나왔다. 가히 전방위적인 대중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사드 물량 확보한 미국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할 사드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사드 논란이 한참 벌어졌던 2014년 10월, 카터 국방장관은 "사드는 생산 중"이라며 한국에 배치할 사드가 당시로서는 없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었다.

그런데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미 육군은 작년 말에 5번째 사드 포대를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인수 받았다. 이에 따라 2016년 6월 현재 미국의 사드 보유량은 5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4개 포대는 텍사스의 포트 블리스에, 1개 포대는 괌에 배치된 상황이다. 펜타곤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에 따르면, 미 육군은 2017년까지 7개의 사드 포대를 구비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이 현재 보유한 사드용 요격 미사일은 모두 100기 정도이다. 대개 1개 포대당 48기의 요격 미사일이 장착되는 만큼 150기 가까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요격 미사일 확보가 늦어지고 있는 데에는 요격 미사일에 장착되는 컴퓨터 메모리 카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록히드마틴과 미 육군은 최근 5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요격 미사일 생산 계약을 맺어 조속한 물량 확보를 시도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MDA는 2017년까지 197기의 요격 미사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무기를 인수받아도 바로 전략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드 시스템의 운용 평가 및 작전병 훈련에 대개 2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MDA의 제임스 실링 국장은 4월 중순 미 의회 청문회에서 "4번째 사드 부대의 훈련이 끝났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미국은 한국에 배치할 사드 시스템과 부대를 확보해놓고 있는 셈이다. 카터를 비롯한 펜타곤 고위 관계자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드는 트럼프 요격용?

끝으로 정치적인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서두르려고 하는 데에는 대선용 성격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공세에 가담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재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는 얼마 전에 "김정은과 만나는 건 문제 없다"고 말해 미국 내에서 십자포화를 맞은 바 있다. 이를 포착한 클린턴 캠프는 트럼프와 김정은을 엮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클린턴의 외교 분야 최고 참모인 제이크 설리번이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그는 아시아의 우리 동맹이나 우방보다 김정은으로 하여금 트럼프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리고 클린턴은 얼마 전 외교 정책 연설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대표적인 이유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가학적 독재자가 이끄는, 지구상의 가장 억압적 국가인 북한에 의한 위협을 생각해보라. (…) 나는 국무장관 시절 우리의 동맹인 일본, 한국과 함께 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의 지도자들이 우리를 향해 무모하게 탄두를 발사한다면 이 탄두를 격추할 준비가 된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했다. 그 기술은 우리들의 것이며 그 중요한 부분은 일본의 함선에 실려 있다. (한미일) 3국은 모두 이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으며, 이달 우리 3국의 군대는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합동훈련을 실시할 것이다. 이것이 동맹의 힘이다"

한마디로 말해 김정은을 상대하는 방법은 대화가 아니라 MD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드는 MD의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이걸 한국에 배치하면 북한의 위협 대처에 대한 단호함과 동맹의 힘을 과시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 때마다 '중국 때리기'가 유행하는 만큼, 중국의 반대는 오히려 사드 배치를 강행할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미국이 대선 일정을 고려해 11월 이전에 사드 배치를 발표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목표 시점으로 10월에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회의(SCM)이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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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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