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성 질환 피해자가 5600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유엔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을 앞두고, 2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은 공해병 다발 국가"라고 밝혔다.
센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함께 취합한 결과, 피해자가 가장 많은 환경성 질환은 석면에 의한 질환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경성 질환자 가운데 35.7%인 2012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1848명으로 32.8%, 시멘트공장 인근 피해자는 1763명으로 31.3%다.
현재는 세 분야가 비슷한 피해 규모를 보이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고 접수가 계속되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석면 피해자 수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센터는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환경성 질환자 수는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6월 집계된 피해자 수는 2526명이었으나, 2016년 현재 총 피해자 수는 5631명이다. 불과 3년 만에 3105명, 2.2배 늘어난 셈이다. 1년 전인 2015년보다는 2118명이 늘어 1.6배 증가했다.
센터는 이같은 수치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석면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경우 정부 조사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폐암 피해를 학계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석면 피해자 사망자는 6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공식 사망자는 266명이다.
석면 피해자들은 석면폐·악성중피종·폐암·미만성흉막비후 등을 앓고 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폐질환을 겪고 있다. 시멘트 공장·연탄 공장 인근 피해자들은 진폐증과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이같은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세 가지 환경성 질환 피해자 모두 실내외 대기 오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부분 폐 질환 피해자들"이라며 "정부가 인정하는 환경성 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는 조사만 있고 피해 대책은 매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경우, 여전히 제조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는 피해자 일부에 한해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석면 피해자의 경우 산업 재해로 인정 받아 보상 받는 피해자가 10~20%에 불과한 상태다.
센터는 "정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반쪽 짜리 환경 보건 정책"이라며 "정부는 선 보상, 후 구상 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에 대해 엄한 징벌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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