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동성애 차별 반대' 이유로 반기문 비난

"차별금지법, 하나님 나라 무너뜨리는 법…潘총장이 차별금지법 압박"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반 총장이 동성애자 차별 금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한국 정부에도 이를 요구했다는 게 비난의 이유였다.

지난달 31일 기독교 전문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차별금지법 반대 포럼'이라는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수 차례 권고했다"며 "유엔 사무총장이 이 일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직접 반 총장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2011년, 2012년, 2013년, 2015년…"이라고 유엔의 권고가 있었던 때를 언급하며 "이 기간 유엔 사무총장이 누군자 잘 알 것"이라고 사실상 반 총장을 콕 집어 지명했다.

이 의원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하나님 나라를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차별금지법 입법 배경에는 유엔 사무총장이 있다. 지속적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공식 서한을 보내고, '이것을 통과시키지 않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수치스럽다'고 이야기한다"고 반 총장을 비난했다.

이 의원은 반 총장이 공개 발언이나 서한 등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정상들에게 성 소수자 차별 금지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력히 요구하겠다"거나 같은해 "저의 모국인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다. 아직도 성인인 동성 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걱정이 된다"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반 총장이 동성애자 차별 철폐 등 성 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서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 총장도 이를 숨기거나 한 적은 전혀 없다. 반 총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 보장 행진에도 참여했고, 이 행사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인권이 침해될 때 우리 모두가 작아진다. 유엔은 차별에 맞선 싸움에서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했을 때도 그는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최근 반 총장은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후 특정 회원국 정부직에 취임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정한 1946년 유엔 총회 결의안이 <프레시안> 보도로 국내에 알려지면서 그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일고 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적을 놓고 반 총장에 대해 '역대 최악'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성애 혐오와 차별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것도 여당 소속인 3선 중진 현역 의원으로부터 공개적 비난을 듣는 것은 반 총장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지난달 25일부터 6일 간의 방한 기간에 사실상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하고 갔고, 그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친박계의 집단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반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비박계로,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이 의원이 반 총장에 대해 날을 세운 것도 주목된다. 다만 유 의원과 이 의원이 표방해 온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가치 지향이 동성애 혐오적인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 의원은 1일 밤 <프레시안>에 한 해명에서 "한국은 동성애를 처벌 안 하는 동성애 허용 국가 아니냐"며 "그런데 에이즈 감염률 등 팩트를 갖고 하는 문제 제기도 못 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역차별"이라고 자신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추진됐다가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차별금지법안에, 혐오 및 차별성 발언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이것은 '동성애 혐오'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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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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