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 폭발 방식을 채택한 SM-2는 주로 적의 전투기나 순항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직격탄(hit-to-kill)인 SM-3는 적의 탄도 미사일을 잡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뒤에 나올 SM-6는 SM-2의 '확장형'에 해당된다.
참고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SM-3를 '글로벌 MD'의 요체로 삼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신냉전이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는 데에는 SM-3를 앞세운 미국의 MD와 러시아의 반발이 충돌하고 있는 게 핵심적인 요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SM-3 구매를 시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건조되는 3척의 신형 이지스 구축함에는 모든 SM 계열의 대공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수직 발사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운용 중인 SM-2뿐 아니라 SM-3(사거리 500킬로미터), SM-6(사거리 370~400킬로미터) 등 SM 계열의 모든 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체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무쇠 주먹'을 달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쇠 주먹'? 세금 먹는 하마!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정부는 SM-2나 SM-6보다는 SM-3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요격 고도가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SM-3를 구비할 경우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SM-3와 같은 해상 MD 체계는 우리의 안보를 튼튼하게 해주는 '무쇠 주먹'이 아니라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 SM-3는 기당 150억 원에 이른다. 이걸 60기 구매해서 3척의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비용만도 9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신형 이지스함 도입 및 건조 비용은 4조 원 안팎에 달한다. 획득비의 3배에 달하는 운영 유지비를 포함할 경우 세금 부담이 10조 원을 훌쩍 넘기게 되는 셈이다.
반면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잡는 데에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적어도 우리에겐 그렇다.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 체제(ABMD)의 요격 고도는 150~500킬로미터 사이다. 이에 따라 150킬로미터 미만으로 날아오는 저고도 탄도 미사일은 요격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에는 저고도 미사일이 넘쳐난다.
최악의 경우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 요격을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수도권에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동해나 서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해 SM-3를 발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측면에서 요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해에서는 SM-3의 사거리가 수도권까지 아예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 국방부가 1999년에 작성한 '동아시아 MD 구축 계획서'에도 "한국의 경우 해상 MD 체제로 해안 시설을 보호하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내륙의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는 데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2013년 6월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역시 "한국은 북한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SM-3에 기반을 둔 한-미-일 3자 MD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MD 편입
그렇다면, 한국이 SM-3를 도입하면 누가 웃게 될까? 바로 일본과 미국이다.
현존 SM-3는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2018년 개발 완료 예정인 개량형 SM-3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까지 잡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대상으로 삼을 경우 중단거리인 노동, 중거리인 대포동과 무수단, 그리고 ICBM급인 KN-08 등이 목표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미사일은 북한의 대일, 대미 억제 수단들이다. 무기 특성상 한국이 SM-3를 도입하면 한국이 아니라 일본 및 미국 방어에 기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분석은 결코 지나친 게 아니다. 한-미-일 3자는 이미 군사 정보 공유 약정을 체결했고, 6월 하순에는 합동 해상 MD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미-일 동맹이 원한 건, 한국이 이지스함에 장착된 SPY-1D에서 수집한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추적 정보를 미국 및 일본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한국은 '최전방 MD의 척후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3척의 이지스함을 추가로 건조하고 여기에 SM-3를 달면, 한국은 '최전방 MD 무쇠 주먹'이 되고 만다. 그것도 한국 방어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 방어를 위해서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펄쩍 뛰면서 부인하겠지만, 이게 한국의 SM-3 도입에 담긴 문제의 본질이다. 정부가 인지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말이다.
미국은 한-미-일 3자는 한반도 유사시 '단일전장권'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해지고 넓어지고 있는 만큼, 한국도 주일 미군이 있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방어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이런 논리에 적극 호응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대 중반의 한국 정부가 SM-3를 장착한 신형 이지스함을 떠안게 되면, 과연 주일미군과 미국 방어에 역할을 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칠 수 있을까? 아마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SM-3 도입은 물론이고 신형 이지스함 구축 계획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엄청난 세금 낭비를 초래하면서 한국을 신냉전의 한복판에 던져놓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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