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전방 MD 척후병' 신세 되나?

[정욱식 칼럼] 한-미-일 훈련 MD 참여와 무관?

미국의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미-일 3자가 합동 미사일 방어(MD) 훈련을 실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6~8월 하와이 해상에서 열리는 환태평양 합동 군사 훈련(림팩, 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의 일환으로 세 나라가 해상 MD 훈련을 실시키로 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한국, '미·일 MD 체계 편입' 한발 앞으로)

이번 훈련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이번 훈련은 2014년 12월 한-미-일 군사 정보 보호 약정 체결 이후 최초로 실시되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 약정은 미-일 동맹 주도의 3자 MD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데, 이번 합동 훈련을 통해 3자 간 MD 네트워크 구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 '최전방 MD 척후병' 되나?

이번 훈련이 미-일 동맹의 요구와 한국의 수용으로 성사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왜 미-일 동맹이 한국을 MD로 끌어들이려고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과 연관된다. 한국은 MD의 명시적, 잠재적 상대국인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다. 동시에 MD 작전의 사활은 적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추적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일 동맹에게 한국의 참여는 '최전방 MD 척후병'이 되는 셈이다.

▲ 2010년 림팩 훈련에 참가한 함정들. ⓒnavy.mil

예상되는 훈련의 구체적인 양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보도 나오지 않고 있고, 이 훈련을 최초로 보도한 <아사히신문>과 한국 국방부의 설명에 차이도 있다.

신문은 "이 훈련에서 이지스함이 동원될 계획이며 탄도 미사일을 감지, 요격하는 등의 시뮬레이션 훈련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약정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정보 분야 훈련만 이뤄지고 요격 훈련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개 MD 훈련은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미국의 대형 수송기가 모조 미사일을 떨어뜨리면, 우주 첩보 위성, 이지스함에 장착된 SPY-1 레이더, X-밴드 레이더 등의 센서가 이를 탐지, 추적한다. 그 다음으로 정보를 전달받은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등 통제본부가 목표물을 식별해 발사 장치에 요격 명령을 내린다. 발사 장치는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사드, 패트리엇, 미국 본토에 배치된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BI) 등이다.

국방부의 설명처럼 이번 훈련에서 요격 실험이 제외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또한 "요격 훈련은 하지 않는다"는 주체가 한-미-일 전체인지, 한국 해군만 의미하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의 이지스함에는 탄도 미사일을 탐지,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는 장착되어 있지만, 탄도 미사일 요격용인 SM-3는 장착되어 있지 않다. 반면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는 이지스함에는 SM-3가 달려 있다.

이에 따라 3자 훈련은 한국 이지스함이 탄도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고 그 정보를 미국 해군에게 넘기면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SM-3를 이용해 요격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한-미-일 3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인 '데이터 링크-16'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나는 한국의 MD 편입과 우리의 이익은 양립할 수 없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MD는 북한을 최대 구실로, 남한을 핵심적인 포섭 대상으로 삼는다. 적대적 분단 체제의 모순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 모순은 동북아 전체로 확대돼 신냉전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한국이 국익이 분단과 냉전 극복에 있다고 할 때, MD 참여가 결코 이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저서 <MD본색>(서해문집 펴냄) 참조 바랍니다.)

그런데 이번 훈련을 계기로 MD 편입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국방부는 파장을 의식해 "이번 훈련은 MD 참여와 무관하다"고 강변하지만, 이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미국조차도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국으로 분류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MD 네트워크에 편입되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는 게 정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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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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