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26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 한국의 비전' 창립식에서 "국회의장 소임을 끝낸 후, 더불어 함께 잘 사는 내 나라를 만드는 일에 힘을 합치자고 나섰다"면서 "제가 '새 한국의 비전'을 (설립)한다고 하니 '정의화 내년 대선 나오려 하는 것 아니냐' 의심하시더라. 분명히 말씀드린다. 내년 대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국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날 자신이 국회의장 퇴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생각이 '대선 출마 시사'로 해석된 데 대해 "정치인은 부고(訃告) 기사 말고는 어떤 기사든 자주 나오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왜곡된 부분이 너무 많다. 제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앞으로 20년을 묵묵히 기다리고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대선 출마에는 선을 그었지만,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새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면서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호통치는 시대는 지났다. (민의를) 수용하고 조율할 줄 아는 리더십, 사회 갈등을 녹여내고 안정 속에 조화를 이루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퇴임 회견에서도 "퇴임 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 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정의화 "퇴임 후 중도 세력 '빅텐트' 펼치겠다")
정 의장의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창립식 기조 강연에서 "야당이었던 (구) 한나라당이 10년에 걸쳐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의 이름으로 중도로 확장하려는 지속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영남, 강경 보수'의 틀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말았다. 지금 중도 보수 또는 개혁 보수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마땅치 않다. 이 지형에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일도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신당론'에 힘을 보탰다.
정 의장은 아울러 이미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 한계를 다했다"며 "5년 단임제를 채택한 이유인 '장기 집권 우려'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권력 집중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생결단식 적대의 정치, 지역 패권주의를 불러온 선거 제도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근원적 선거 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의 틀을 새로 짜야 생산적인 타협의 정치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취임 1년 내에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할 것을 공약하고, 제 정당도 당파의 이해를 떠나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한편, 이날 창립식에는 여야의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축사를 했다. 새누리당 출신 국회의장이 만드는 싱크탱크 설립식에, 두 야당 대표만 참석하고 정작 새누리당 지도부는 불참한 모양새가 됐다. 행사에는 새누리당에서 안상수, 홍일표, 권은희, 신의진, 문정림 의원 등이 참석했고, 더민주에서는 김 대표 외에 원혜영, 유인태, 진영 의원과 박용진 당선자 등이, 국민의당에서는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이상돈 최고위원, 김동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 의장이 이사장을 맡은 '새 한국의 비전' 고문단에는 김덕룡 전 의원과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노무현 정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신당 '국민생각'을 이끌었던 박세일 전 의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명박 정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명박 정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의 후원회장인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자문위원으로는 권은희(새누리) 길정우 김동철 김성곤 김성동 김성원 김영주 김용태 김장실 김정록 김춘진 류성걸 문정림 박명재 박인숙 신의진 안재홍 양창영 염동열 우윤근 윤석용 이신범 이원복 이윤석 이춘식 임해규 정두언 정병국 정진섭 조명철 조해진 주영순 진영 채수찬 최봉홍 등 19대 및 20대 국회의원들이 참여했다. 여야를 떠나 많은 의원들이 참여했지만, 새누리당 내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없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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