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3일 <프레시안> 검토 결과,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1946년 1월 24일 제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Terms of appointment of the Secretary-General, 결의안 번호 A/RES/11(I))'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들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이기 때문에 최소한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는 각 회원국과, 사무총장 본인 모두에게 의무 조항(should)으로 규정돼 있다.
결의안의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문 보기)
4-(b)항. 사무총장은 여러 정부로부터 비밀스런 상담역을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은 그에게,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그의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으로서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
(Because a Secretary-General is a confident of many governments,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ntal position in which 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rassment to other Members,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
유엔의 각종 결의안과 권고안에 대해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처지인 반 총장이, 최초의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 채택된 이 결의안을 무시하고 차기 한국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전임자 중 제4대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 전 총장이 퇴임 후 모국인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지내기는 했지만, 그는 1981년 퇴임한 후 1986년에 대선에 출마하기까지 5년의 휴지기를 두기도 했다. 또 이원집정부식 내각제를 채택해 일종의 명예직 성격이 강한 오스트리아의 대통령과 '제왕적'이라는 말까지 듣는 한국의 대통령은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유일한 실마리는 '퇴임 직후냐, 아니냐'는 부분인데,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이 내년 여름부터 선거전에 나서고 12월 대선 직후부터는 대통령 당선자로서 사실상 국정을 총괄하게 된다면 이는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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