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충청에 포석…반기문 가교 역할?

[분석] 靑-친박, '쇄신 플랜' 가동…반기문 '대망론' 띄우기?

청와대가 참모 교체에 나서고, 새누리당이 지도부에 비박계를 대거 기용하면서, 여권 내 '쇄신 플랜'이 본격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청 출신 여당 인사들의 약진이 돋보이면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여권에 '반기문 대망론'이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병기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후에도 "내각, 참모진 개편은 당분간 없다"고 했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병기 비서실장이 먼저 사의를 표한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변화가 없으면 안된다'는 요구를 박 대통령이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임 비서실장인 이원종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은 전형적인 관료 스타일로, 쇄신형 참모와는 거리가 멀다. 이 위원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박정희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전두환 정권 하에서 관선 충북도지사를, 노태우 정권 하에서 관선 서울시장을 지냈었다. 이후 민선 충북도지사를 지내는 등 충청권 인사로 상징성이 높다.

결국 '관리형 비서실' 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안종범 경제수석이 정책조정수석으로 영전한 것 역시,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주목할 만한 부분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충청 출신인 이 위원장이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 때문이다. 때마침 오는 25일 반 총장이 방한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이 위원장과 반 총장은 충청 출신 고위 공직자 모임인 '청명회'의 멤버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14년에 청명회 '고문' 직함도 받았다. 반 총장은 이 단체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청명회의 반 총장 연임 축하 행사에는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직함을 갖고 참석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인물 난을 겪고 있는 친박계는 지속적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띄워 왔다.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우리 당의 대권 후보를 모셔와야 할 형편"이라며 '반기문 영입론'에 "저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홍 의원은 반 총장과 함께 1980년대 초 하버드 행정대학원을 같이 다닌 적이 있다.

반 총장의 '멘토'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조카사위라는 점도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충청 출신으로 반 총장과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박계가 밀고 있는 '반기문 대망론'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때문에 이 위원장의 비서실장 기용은 새누리당의 쇄신 국면에서 여러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대선을 불과 1년 7개월 앞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새누리당, '친박당' 비판에 비박 전면에 내세워전당대회 앞두고 숨고르기?

청와대의 인적 쇄신 기조에 맞춰, 새누리당도 이날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새누리당은 혁신위원장에 비박계 40대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을 선임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지만 김 의원도 충청 출신이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발표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10명도 대부분 비박계로 구성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당의 가장 젋은 피 중 하나인 김용태 의원을 우리당의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며 "그 어렵다는 서울 지역에서 세 번이나 당선된 사람으로 의원총회에서 쓴소리를 마다않는 개혁적인 정치인"이라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은 "패배의 순간보다 지난 한달이 더 참담했다"며 "국민들은 우리를 버리기로 작정을 했는데, 우리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혁신의 과제는 이미 다 나와있지만 우리가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이미 다 나와있는 실천 과제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고 반드시 다 뚫고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구(舊) 친이계 출신으로, 지난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전횡'에 가장 반발했던 인사 중 하나다. 김 의원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쇄신위를 통해 강력한 쇄신을 주도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만, 일단 새누리당은 '파격'을 택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10명의 비상대책위원회 명단을 확정, 발표하기도 했다. 당연직 위원에는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게 된 정진석 원내대표 외에 김광림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이 포함됐고, 나머지 7명은 3선 당선인인 김세연·김영우·이혜훈·이진복·홍일표 의원, 재선인 한기호 의원(원외 인사), 초선인 정운천 당선인 등이었다.

특히 이혜훈, 김영우 의원, 정운천 당선인 등 비박계의 내정이 주목된다. 20대 총선에서 생환하지 못한 한기호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박으로 분류된다. 비대위는 오는 8월 새누리당 전당대회 준비 작업을 하게 된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를 친박계으로 구성하면서 당내외 강한 반발이 있자 이번엔 비박계를 당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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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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