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호세프 대통령 '직무정지'...탄핵 가결

명분 없는 탄핵 뒤에 더 큰 혼란 예상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현재의 브라질 정국 상황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집무실을 떠나는 건 시간 문제로 전망된다.


12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원은 전체회의를 개최해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 개시를 촉구한 상원 특별위원회 의견서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81명 중 55명이 찬성하고 22명이 반대 1명이 기권하면서 의견서는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이로써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탄핵 심판 절차는 최대 180일 동안 계속되며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는 이날부터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이후 본격적인 탄핵 사유에 관한 심의와 토론을 벌인 뒤 최종 탄핵안을 특위와 전체 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여기서 과반이 찬성하면 연방대법원장이 주관하는 전체회의 표결로 넘어가는데 상원의원 81명 중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최종적으로 가결된다.

직무 정지 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집권 연정에서 탈퇴한 중도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의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맡는다. 만약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테메르 부통령의 권한 대행은 호세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2018년 말까지 연장된다.

이날 결의서가 높은 찬성 비율로 통과되면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노동자당(PT)은 상원에서 18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력으로 탄핵안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 탄핵 위기에 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AP=연합뉴스


집권 노동자당(PT)은 연정 파기를 선언한 테메르는 대통령이 아니라 쿠데타의 주역이라면서 테메르 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서 철저하게 야당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메르 부통령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편 전체회의가 벌어지던 의회 건물 앞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여당 지지자들과 경찰 간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이피>통신은 이날 브라질 경찰이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간 충돌이 벌어질 것을 우려, 차단벽을 세워 이들을 분리시켰다. 통신은 한 쪽에서는 최루가스가 등장했지만, 반대편에 있는 탄핵 찬성 지지자들은 맥주를 마시며 상원의 결정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탄핵 찬반 여론이 극렬하게 부딪히는 가운데, 호세프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도 브라질 정국은 더욱 어려운 국면에 들어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재선 유세 기간 중 정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에 기초해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졌지만, 권력을 승계할 테메르 부통령 역시 정부 회계를 조작해 비승인 정부 대출을 받았다는 혐의로 탄핵 소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호세프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탄핵 자체가 명분이 약한데다, 탄핵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상당수가 비리에 연루되어 있어 호세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되면 '제도적 쿠데타'라는 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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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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