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도, 인천시도 최저임금 위반하니…

민주노총 "정부·지자체도 악덕 사업주"

전국 241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가량의 자치단체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사례 건수는 700여 건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출사업명세서상 비정규직 인건비 편성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가 없었던 제주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의 예산 내역을 통해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를 분석한 조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행된 것이다.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했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오히려 최저임금 위반 지자체가 더 늘어났다. 두 해 연속으로 반복해 위반하고 있는 곳도 35곳이나 됐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라는 말은 언어도단이며 오히려 악덕사용자임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2016년인데, 2012년 수준 최저임금으로 예산 편성한 지자체도 있다

구체적인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이었던 241개 자치단체 가운데 112개 자치단체(46.4%)에서 최저임금 미달로 인건비가 책정된 사례가 발견됐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는 인천광역시와 충청북도 2곳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광역시도 내 기초자치단체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발견된 비율은 대전광역시(6곳 중 5곳)와 충청북도(12곳 중 9곳)에서 80%가 넘었다.

2015년 최저임금 기준인 5580원으로 올해 시급을 설계한 경우도 있었고, 유급주휴수당을 포함해 인건비를 편성한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여주시 보건소 예방접종등록센터의 경우 2015년 최저임금으로 기본급을 책정해 놓았다. 동두천시 교통행정과의 무인단속카메라단속요원은 시급 5140원이 책정돼 있는데, 이는 2014년 최저임금(5210원)보다도 낮은 액수다. 여주시 회계과 청사관리 인건비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과 가산금을 포함해도 시급 5127원으로 2014년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2013년 최저임금(4860원)보다 낮은 시급이 책정된 곳도 있었다. 창원시 서부보건지소는 기본급과 특수근무수당을 포함해 시급 4736원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 지켜' 지적 받고도 또 위반 35곳…작년엔 지켰는데 올해 안 지킨 곳도 70곳 넘어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위반 지자체가 더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같은 조사를 벌이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 지자체 결산 내역을 토대로 같은 조사를 벌여 행정자치부와 고용노동부에 문제제기를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민주노총 조사에서 72곳, 정청래 의원실의 가을 조사에서 80곳이 최저임금 위반으로 나타났고, 고용노동부의 자체 전수조사에서도 61개 지자체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지자체에 시정 조치를 권고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잘못'을 저지른 지자체는 35곳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위반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는데, 새롭게 올해 적발된 지자체가 70곳이 넘는 것도 문제다. 이런 현상은 공공부문의 최저임금법 준수 관련 정부 대책이 미온적이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자체의 광범위한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최초로 확인된 이후 고용노동부는 그 대책 중 하나로 "행정자치부가 매년 7월 경 주관하는 예산 설명회에 최저임금 내용을 추가해 사전 예방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은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 1988년 시행된 제도인데, 예산 담당 공무원들에게 한 번도 최저임금법 관련 내용을 설명한 적이 없다는 것이 더 놀랍다"고 비판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도 "모범 사용자인 정부와 지자체조차 안 지키는데 민간 사업장에서 누가 최저임금법을 지키겠냐"며 "지자체부터 엄하게 처벌해서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자체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이런 현상은 지자체만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지난 3월 낸 기간제 채용 공고를 보면, 급여 수준이 월 125만8000원으로 적혀 있다. 근소한 차이기는 하나 명백한 올해 최저임금 월급여보다 작은 액수다. "정부의 행정이 법률과 지침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사하는 기관인 감사원조차 최저임금을 어기고 있다"고 오민규 실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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