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회장 "최저임금 인상? 공짜는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작…올해는 두 자리수 인상률 될까?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이 7일부터 시작됐다. 노동계는 지난해에 이어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협상 시작 전부터 강하게 피력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직접 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최저임금이 올라 자기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은 자기가 피해를 봤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저항도 못 한다"며 "더 어려운 사람,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사람의 편에 서야 하는 국가가 이들을 괴롭히는 역설이 나타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생각 같아서는 그들(정치인들)에게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후에 벌어질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받아놓고, 하자는대로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해서 지급하는 등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보다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병원 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노총은 즉각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7일 성명을 통해 "명색이 경제단체의 수장이란 분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박 회장의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려운 신화일 뿐이며 최저임금은 이미 검증된 경제위기 극복책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노총은 "박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여론 속에 차등화-산입범위 확대 등 배 부른 자들의 퇴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뿐 아니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목소리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 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 3일 "20대 국회 회기 내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8000~9000원까지 올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국내 정치권의 인상 목소리 외에도 세계 각국의 인상 움직임까지 더해져 더 거센 인상 압박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선 레이스에서도 최저임금은 뜨거운 이슈로,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이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의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6월 말까지 진행될 협상에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심의와 관련된 생계비, 임금실태 등에 대한 심사를 전문위원회에 회부하고, 현장 의견 청취를 위해 서울과 안양, 천안, 전주 등 4대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8.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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