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총선 패배, 친박이 무슨 책임 있나"

"혹시 아나? 혁신위가 '마누라 빼고 다' 바꿀지?"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선자가 4.13 총선 패배 책임과 관련해 "친박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 원내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친박 책임론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아니, 새누리당에 소위 친박이 몇 명이 되는 거냐. 한 70~80명 되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다 책임이 있나"라며 "친박에, 무슨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른바 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친박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 했나?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그렇게 덤터기를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총선 이후 당 내외에서 '차기 전당대회에 친박계 당권 주자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는 질문이 나오자, 정 원내대표는 "그것은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식화하는 것"이라며 "'친박 이퀄(=) 책임', 이런 식의 등식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은 내가 중립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고 강조했다.

전날 새누리당이 당 지도체제 구성 문제를 '관리형 비대위 + 별도 혁신위 + 9월 이전 전당대회'로 가닥지으면서, 당 내외에서는 지도부의 혁신 의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한편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도로 친박당(黨)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내비쳤다.

정 원내대표는 "'정진석이 왜 비대위원장을 맡고 혁신위는 따로 하느냐. 혁신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 내가 유일한 선출된 지도부로서 혁신위원장을 영입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지금 언론에서 '대충 땜질식으로 가면 끝나는 것 아니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봤는데, 두고 보자 이거다.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면과제가 2개 있다. 하나는 책임 있는 지도부를 빨리 구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총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2가지 과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병진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전날 새누리당 지도부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혁신위는 단순히 무슨 총선 패배했으니 한 번 푸닥거리하는 차원의 혁신위가 아니다. 땜질식, 땜빵식, 미봉식, 봉합식 혁신위가 아니다"라면서 "혹시 알아? 마누라 빼고 다 바꾸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결과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당시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 많은 정치인들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명예회장의 말을 자신의 개혁·혁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용해 왔지만,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게 될지 어떨지 혹시 아느냐'는 수준의 기대 내지 의지 표명은 생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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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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