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갈통 박살 낸다"는 고객, 이마트는 뭘하나?

"이마트의 이케어프로그램, 사원 아닌 고객만 보호?"

"마트 계산원들은 계산대 포스에 들어갈 때 항상 녹음기를 켜놓는다."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이유는? 이른바 '진상 고객'에게 언제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이마트 계산원, 이른바 캐셔들이 고객으로부터 당한 성희롱과 폭언, 폭행 사례들이 3일 공개됐다. 고객으로부터 "대갈통을 박살내겠다", "눈을 빼버려야지" 등의 폭언을 듣고 충격을 받은 캐셔들을 회사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유통서비스전략조직사업단과 참여연대, 감정노동네트워크는 이날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감정 노동자는 여전히 소비자의 폭언과 성희롱에 노출돼 있지만, 회사의 대응은 오히려 2차 가해에 가까운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감정노동자의 피해 사례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마트는 2014년 10월 직원을 보호하겠다며 이른바 'e-care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전혀 실효가 없는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사원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고객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이들이 주장하는 비판의 요지다.

고객에게 '성희롱과 폭언' 당한 캐셔 "그 10분 동안 죽고 싶었다"

이마트 해운대점 캐셔로 일하는 박수미 씨는 지난 4월 27일 50대 남성 고객으로부터 언어 성희롱을 당했다.

"계산대로 오셔서 저를 위 아래로 훑어보시고는 동그란 사탕을 보여주며 '키스할 때 먹으면 입 냄새 나요, 안 나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옷이 다 발가벗져진 듯한 느낌이었어요."

대꾸하지 않고 계산을 했는데 문제는 또 발생했다. 고객이 사은품이라고 주장한 생수가 사은품인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남성 고객은 박수미 씨가 자신을 의심한 것이 불쾌하다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집어넣어 버려야지. 의심을 해 가지고, 눈을 빼버려야지. 뭘 쳐다봐. X 같은 것. XX년이."

박수미 씨는 "그렇게 7분 정도 욕을 하는데 저는 고스란히 그 말을 다 듣고 있었다"며 "남성 관리자를 불렀지만 그 관리자는 '고객님 욕 하지 마십시오' 이 말 한 마디만 하고 그 고객에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태는 뒤에서 계산하려고 기다리던 다른 남성 고객이 개입하면서 끝이 났다. 박수미 씨는 "그 10분 동안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은 남성 관리자에게도 화가 났다. 박수미 씨는 결국 이튿날 점장을 찾아갔다. 면담을 신청하니 점장은 "이 회사는 절차도 없냐"며 오히려 박수미 씨를 몰아 세웠다.

기자회견장에서 박수미 씨는 "어떻게 회사는 그런 폭언과 성희롱 속에 직원을 내버려 둘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트노조는 또 다른 피해 사례들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이마트 가양점에서는 여성 고객이 휘두르는 봉투에 맞아 한 캐셔가 입안과 입술이 터지는 폭행 사건이 있었고, 9월에는 같은 매장에서 남성 고객이 "대갈통을 박살 내겠다"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직원 보호 프로그램? 대외 선전용일 뿐"

문제는 회사가 이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실상 감정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 단체는 "이마트는 가양점에서 고객에 의해 폭행을 당한 직원을 우선 보호하기는 커녕 사건을 축소시키기에만 급급하고 잘못 대응한 해당 매장의 관리자를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마트가 야심차게 만들어 언론에 홍보한 'e-care 프로그램'이 실제로 작동하지 못하도 있다는 얘기다. 전수찬 위원장은 "전체 3만 명의 사원 중에 e-care 프로그램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0명도 안 될 것"이라며 "이마트가 사원을 정말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직원을 잘 보호한다는 대외 선전용으로 만들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마트는 지금이라도 감정 노동자인 자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진실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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