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바쁜 도시 4곳은?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중국은 더이상 '만만디'가 아니다!

중국의 도시들은 대부분 각각의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인문 지리적 특성과 시민들의 생활 패턴, 현대화의 정도 등이 도시에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게으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도시, 여성적 매력을 갖는 도시, 남성적 열정과 패기가 있는 도시 등등, 매우 다양한 이미지로 구별된다.

바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외래 인구나 패스트푸드점이 많다든지, 편리한 교통과 발전된 물류 환경을 갖추고 있다든지, 언론이 발달하고 경제 지표가 높다는 점, 이직이 보편적인 점, 브랜드 소비가 유행하는 점도 바쁜 이미지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론 부정적 이미지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사고가 많고 육체적 정신적 질환자도 많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개인의 발전에 대한 스트레스도 타 지역보다 높다.

선전(深圳)

중국에서 바쁜 이미지로 각인된 도시로는 광둥의 선전과 광저우, 장쑤의 쑤저우와 상하이를 꼽는다. 선전의 경우는 현재 창업과 소비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시민들의 바쁜 일정은 도시 발전의 관성과 높은 소비 욕구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월급쟁이의 쳇바퀴 도는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자영 상점, 소형 제조업 등을 창업하는 시민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선전은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아 TV를 시청할 시간도 없다. 패스트푸드 상점은 이미 선전의 거의 모든 오피스 건물을 점령했다. 심지어 패스트푸드 네트워크까지 발전했다. 사람들의 보행 속도는 원래는 매우 빠르고 거만한 자세였지만, 지금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혼잡한 사람들 틈에서 속도를 빨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방에서는 술보다는 차를 즐긴다. 하지만 선전의 경우는 북방의 피와 남방의 피가 섞여있는 듯하다.

"북방 사람은 능히 술을 마실 줄 알고, 남방 사람들은 감히 술을 마실 줄 안다"는 말이 있다. 북방 사람은 태생적으로 술을 마실 줄 아나, 남방 사람들은 사업상 술을 마신다는 의미로 들린다. 선전의 경우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선전 사람들 역시 야시장 쇼핑으로 업무로 쌓였던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 선전의 기차역의 야경. ⓒwikimedia.org

광저우(廣州)

광저우는 변화의 도시로 불린다. 작은 변화에서 큰 변화까지 어느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점이 광저우의 특징이다. 따라서 취업 기회는 훨씬 더 많이 주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경쟁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남의 일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 당연히 자유와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광저우가 최고다.

출퇴근길 교통 혼잡을 싫어해 자영업과 자유 직업을 갈망하는 것도 광저우 사람들의 또 다른 추세다. 광저우 사람들은 술보다는 차를 즐겨 마신다. 얌차(飮茶)의 본고장답게 식사에도 손님맞이에도 늘 차를 가까이 한다.

늘 새로운 변화가 있는 광저우에서 이직은 매우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좋은 대우와 조건을 향해 광저우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직장을 옮겨 다닌다. "음식은 광저우가 제일이다(食在廣州)"는 말이 있다. 광저우 사람들은 건강을 챙기는 방식으로 운동보다는 음식을 택한다. 어떤 보약보다도 음식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은 광저우에서 생긴듯하다.

상하이(上海)

국제 도시 상하이는 전 중국, 심지어는 전 세계 사람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금광을 캐러 몰려온 듯 전 세계 사람들이 상하이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에게 소비는 둘째고 첫째는 일이다. 상하이 사람들은 국제적 경쟁 환경 속에서도 매우 똑똑하게 생존한다. 현명한 투자와 현명한 소비로 재화를 축적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축적된 재화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은 이미 상하이의 모든 상가를 점령했다.

상하이 사람들은 술에 취한 모습보다는 우아하고 신사적인 모습을 더욱 추구한다. 가장 술 소비가 많을 것 같은 신천지(新天地)에서조차 술 냄새보다는 우아하고 이색적인 서구적 풍모가 압도적이다. 결혼에 있어서도 서양 숭배 경향, 보수적 경향이 농후하다. 지금까지도 출신 성분이 결혼의 주요 관심사이다. 가부장적 남성상은 찾아볼 수 없다. 퇴근길에 채소 시장에 가서 채소를 구매하는 것은 이미 상하이 남성의 표본이 되었다.

쑤저우(蘇州)

최근 쑤저우는 상하이를 제치고 외자 유치에 있어서 '전국 제일'이 되었다. '세계의 공장'이란 위치는 이미 주강 삼각주의 동관과 선전을 능가해 쑤저우가 차지했다. 현대화 산업 발전에 더하여 쑤저우는 본시 관광 자원이 풍부한 도시이다. 우아하고 풍격을 갖춘 역사 문화 고도의 모습과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화된 도시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가고 있는 쑤저우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도시는 발전했지만 계획된 공단에 공장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점보다는 공장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아하고 고전적인 도시 풍격에 힘입어 혼인 중개업과 웨딩 관련 사업이 활발한 것도 특징적이다. 쑤저우는 고전과 현대가 절묘한 화음을 이루는 보기 드문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언론에서는 일전에 선전과 광저우, 상하이와 쑤저우, 이렇게 네 도시를 중국에서 가장 바쁜 도시로 선정했다. 가장 바쁜 도시들을 보니 공교롭게도 개혁 개방 후 가장 먼저 시장 경제를 시험했던 주강 삼각주 지역,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제2의 성장 축을 담당했던 장강 삼각주 지역이다. 시장경제 발전이 사람들을 바쁘게 만든 것이다.

제3의 성장축, 제4의 성장축으로 바쁜 도시는 확장될 것이다. 머지않아 중국의 전 도시는 어디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바쁘게 변모해 갈 것이다. '만만디(慢慢地)'의 중국이 어느새 '콰이콰이디(快快地)'의 중국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행(幸)인지 불행(不幸)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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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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