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세훈, '어디 있니' 손학규

여야 차기 대권주자 11인의 성적표는?

한때 서울과 경기를 호령했던 새누리당의 두 대권 주자가 추락했다. 서울시장을 지낸 오세훈은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만 4번의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승해왔던 김문수는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용꿈은 좌절됐다. 두 대권 주자는 치명적 내상을 안게 됐다. 당분간 정계 복귀가 어려울 정도다. 차기 대선 가도에서 두 명이 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추락한 두 주자와 함께 다른 대권 주자 성적표를 따져봤다.

그들은 추락했다!

오세훈 후보는 '정치 1번지' 종로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무상급식 파동으로 서울시장직을 자진 반납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원순 시장에 대권으로 가는 길을 터 줬다. '오세훈 효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는 당시 정치 구도를 뒤틀어 놓았다.

절치부심한 오 후보는 2015년 4월 재보선에서 관악에 출마한 오신환 의원을 지원하면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선거 결과는 야권의 실책으로 인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였다. 그런데 오 후보가 지나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그는 친박의 지원을 업고 내친김에 '정치 1번지'에 도전했고 자신이 '대권 주자'임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활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그를 외면했다. 그를 대권 주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봄바람에 들뜬 대권 주자의 꿈은 빠르게 꺼져갔다.

재선 의원,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후보가 입은 상처는 더욱 크다. '경북고 출신'임을 내세워 경북 영천 출신인 그가 대구 수성갑에 도전할 때부터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김문수가 대구에 내려와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TK(대구.경북)를 발판삼아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는 31년 만에 대구에서 야당에 의석을 내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한때'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문수는 몰락했다. 심연으로 가라 앉았다. 정치적 재기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최소한 그가 대권은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기체 이상?

결론을 내리기 애매한 인사들이 있다. 먼저 유승민. 새누리당에서 가장 이야기가 되는 인물이다.

그는 진박의 공세를 역으로 이용, 희생양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리고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의구심이 든다. 유승민은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서 능동적 주체가 된 적이 없었다. 그저 제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의 정치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게 단점이 될 수 있다. 유승민은 과연 새누리당을 평정할 수 있을까?

김무성은 선거 패배로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섰다. 물론 변수는 있다. 선거 패배 책임론을 친박의 공천 전횡 책임론으로 물타기한다면, 대권 주자 위상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영원히 갈라설 각오만 돼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타협을 중시하는 그의 성정이 걸림돌이다. 대권 주자가 되면 적당히 이기적이어야 한다. 게다가 부산 지역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부산에서만 5석을 더민주에 빼앗겼다. '부산 대표 정치인'을 자임하는 그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다. 그래도 좌충우돌 '무대'의 활약이 주목되는 것은 왜일까. 묘하게 중독성 있는 '무대', 한번 지켜보자.

친박계? 친박계에 과연 대권 주자가 단 한번이라도 존재했던 적이 있었나? 특별히 언급할 인물이 없다. 날개 잃은 박근혜 대통령을 활주로에 연착륙 시키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다만 반기문과 같은 '비비박(非非朴) 인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좀 다른 형국을 만들 수도 있겠다.

그들은 이륙할까?

일단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권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문재인의 경우 그가 정계 은퇴를 하든 그렇지 않든, 대권 지지율 수위권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등 '낙동강 벨트'에서 무려 8석을 확보한 것은 문재인의 '힘'이다. 안철수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던 급조된 제3정당을 안착시키며 호남 지역의 대표 주자가 됐다.

그러나 두 주자 모두 불안하다. 문재인은 호남에 읍소했음에도 3분의 2 이상의 유권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안철수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호남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음으로써 '안철수 효과'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다만 '호남의 맹주'가 안철수 자신의 확장성을 오히려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은 불안한 대목이다.

유권자는 대구에서 야권의 잠재적 주자, 김부겸을 얻었다. 세 번째 도전에서 결국 승기를 거머쥔 그는 '대구판 노무현'을 연상시킨다. 불모지에 싹을 틔운 행보가 그를 닮았다. 그러나 김부겸을 둘러싼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대구는 부산과 달리 조직된 야권 지지자가 없다. 그가 야권 대선 주자로 나서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세균도 오세훈을 꺾으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호남 출신인 그가 호남을 잃은 더민주의 '당권 주자'로 유력하다는 평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정세균은 대권에 관심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숟가락 얹는 것을 잊은 사람이 있다. 손학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과연 야권의 선전을 예상했을까? 물음표로 남겨 두어야 하겠다. 확실한 것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주목받으면서 그가 설 자리는 당분간 마땅치 않아졌다는 점이다.

박원순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사람'은 당에서 밀렸고, 기동민 당선자를 빼면 유권자들의 선택도 받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의 대권 가도에는 노란 불이 켜졌다.

박원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안희정은 좀 다르다. 애초에 박원순과 대권을 두고 겨룰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청권에서 더민주 지지세에 안희정의 존재가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 후보(대전 유성갑)의 당선은 주목된다. 안희정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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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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