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안철수, 낯 뜨거운 '광주 전쟁'

[기자의 눈] 김종인과 안철수의 '존재 부정'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광주 전쟁'이 낯 뜨거운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는 행태들이 도를 넘고 있다.

먼저 더민주 김종인 대표. 6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에 삼성을 끌어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국민의당이 내건 '호남 정치 심판론'을 뒤집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치 심판' 프레임을 '경제 발전'으로 돌리는 것과 동시에, 굴지의 대기업 유치론으로 광주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자타공인 재벌 개혁론자다. 그런 그가 국내 최대 재벌 기업에 각종 특혜를 약속했다. 더민주가 광주의 산업 발전을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비판할 일이 아니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기업 역시 국내 특정 지역의 입지 조건이 괜찮다면 미래 산업 단지를 그 지역에 조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김 대표가 '삼성 미래차 산업 유치'를 하며 내건 방법론이다. 김 대표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 지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보다 세부적인 정책이 제시돼야 정밀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파격적 인센티브'와 관련해 재벌 대기업에 각종 세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김 대표의 소신에도 맞지 않고 더민주가 내건 '경제 민주화'에도 맞지 않는 논리다. 급하다고 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면 모양새는 우스워진다.

광주에서 더민주의 행태는 가관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민주 후보들은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자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에게 대선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기행을 보이는 후보가 나타났다. 코미디다. 대선 후보는 경선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대선 주자 '풀'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그런데 당장 광주 민심이 좋지 않다고 자당에 총질하는 후보를 어떤 시민이 예쁘게 봐줄까.

이런 돌출 행동을 당이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자당 후보의 '반 문재인 정서' 활용을 더민주가 눈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민주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를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반문'이라면 광주 시민이 누구를 택하겠나. 광주에서 더민주가 대패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당이 '정면 돌파'를 거부하니, '재벌 인센티브'론이나 내 놓는다. 뒤죽박죽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본인에 대한 광주 민심이 좋지 않다고 보고를 받았다면 물 세례를 맞더라도 광주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경기도 광주를 찾은 문 후보에 대해 당의 관계자가 "그냥 오늘 광주(廣州) 다녀온 걸로 광주(光州) 간 것으로 하면 안 될까"라는 농담을 했다는 언론 보도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면 돌파 없이는 감동도 없다. 감동을 만들어내기에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국민의당 5명이 광주 현역…안철수, '자아 비판'하고 있나?

'존재 부정'은 국민의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김종인 대표 광주 경제 발전 공약을 비판하며 "(기존 더민주 의석인) 127석으로 얼마나 (광주를 위한 예산을) 끌어왔는지 오히려 그것을 묻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광주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 8명 중 4명이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현역 의원 출신이다.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신당을 추진하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천정배 의원을 합하면 후보 5명이 현역 의원이다. 무소속으로 뒤늦게 국회에 합류한 천 의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광주에서 많게는 3선까지 쌓은 현역 의원 포함 4명의 후보는 그동안 과연 무슨 일을 했나? 안 대표의 말에 따르면, 광주를 위한 예산을 끌어오지도 못했던 무능한 의원들이 염치없이 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한번 더 당선되기 위해 출마한 셈 아닌가.

안 대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안 대표는 본인이 말한 "127석" 야당의 대표까지 지냈다. 새정치연합 대표 안철수는 무엇을 했나? 광주 예산을 끌어오지 못한 데 대해 자아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어투가 자아 비판의 모습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태도다.

'존재 부정'이다. 물론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안 대표의 논리는 심한 불편함을 안겨준다. 들리는 그대로 안 대표의 말을 해석해 보자. 본인은 무능했던 현역 의원들을 후보로 내세우고 '새정치'를 역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 야당의 '광주 전쟁'이 부끄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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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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