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셀트리온·하림, '재벌 인증' 받았다

지금보다 엄격한 규제 받게 돼…자산 총액 삼성·현대가 1·2위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벤처기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다. 각각 정보기술(IT)와 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집단이다. 이밖에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 한국투자금융, 금호석유화학, SH공사 등도 대기업 집단이 됐다.

현대차, 만년 3위에서 2위로강남 사옥 부지 매입 때문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65개 그룹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대기업 집단 수는 지난해 61개에서 65개로 4개 늘었다. 대기업 집단 간의 순위도 조금 바뀌었다.

자산 총액 순위 1위는 여전히 삼성그룹이다. 그 다음은 줄곧 한국전력공사였는데, 올해 들어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까지 3위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산은 209조7000억 원으로 한국전력공사(208조3000억 원)보다 1조4000억 원 많았다. 지난해엔 한국전력공사가 196조3000억 원으로 현대자동차그룹(194조1000억원)에 앞섰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강남 본사 사옥 부지를 사들이면서 생긴 변화다.

한화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진행된 활발한 인수합병(M&A) 덕분이다. 지난해 15위였던 한화그룹은, 지난 1일 기준 자산 총액 54조7000억 원으로 11위가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계열사(현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화학계열사(현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등 4개 회사를 합병했다. 그 결과, 자산이 16조7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5조6000억 원), 롯데그룹(9조9000억 원), SK그룹(8조4000억 원) 등보다 많이 늘어난 것으로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재벌 인증' 받은 IT 및 BT벤처, 속으론 골머리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민간기업을 흔히 '재벌'이라고 부른다. 대기업 집단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보험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규제와 감시가 더 엄격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기업 집단 지정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올해에는 벤처기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경우가 생겨났다. IT, 생명공학 등 성장산업 분야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카카오 기업 집단은 65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막내(65위)다. 아슬아슬하게 문턱을 넘었는데, 그래서 특히 관심을 끌었다. 카카오 안에서는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 은행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 '재벌 개혁' 등을 주장하는 측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금산분리)을 우회하는 빌미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카오 은행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최근 카카오 은행 경력 직원 모집 공고를 냈다. 일단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생명공학 벤처기업으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창립 14년 만에 자산 총액이 5조8천550억 원으로 불어났다. 보유 주식 가치가 지난해 대폭 뛰어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셀트리온 역시 '재벌 인증'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이 회사는 현재 금융기관으로부터 4000억 원 이상을 빌린 상태다.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지급 보증을 했다. 그러나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채무 보증이 금지된다. '일감 몰아주기'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약품을 해외로 수출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이 최대주주로 53.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보유 지분 30% 이상(비상장사 20% 이상)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거래를 제한한다.

'재벌'이 된 닭고기 업체치킨 열풍, 환경 오염, '갑질'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은 자산총액이 9조9000억 원이다. 지난해 해운업체인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4조2000억 원에 인수한 덕분이다. 더 이상 닭고기 업체만은 아닌 것이다. 대기업 집단 순위는 38위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1978년부터 가금농장을 운영하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했다. 회사 설립 30년 만에 재벌이 된 셈이다. 폭발적으로 번진 '치킨' 열풍이 그 배경에 있었다. 축산 분뇨 투기로 인한 환경 오염, 양계 업자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은 어두운 뒷면이다.

▲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65개 기업을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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