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30대가 추락하고 있다

[민교협의 정치시평] 추락하는 30대를 위한 랩소디

지난 3월 초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 결과가 언론에 회자되었다. 특이한 현상으로 20~30대 가구 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즉 세대주가 20~30대인 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것이다. 2003년 가계 동향 조사를 한 이래 처음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의 원인을 둘러싸고 청년 실업 때문인가, 고용의 비정규직화 때문인가라는 등의 쟁점이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이미 거시 담론 수준으로는 많은 화두가 던져졌다. 경제 민주화, 동반 성장, 공정 경제, 소득 주도 성장론 등이 그러하다.

경제 민주화론은 우리 헌법 119조 2항의 조항에 근거한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혹자는 경제 민주화라는 표현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며, 비경제학자의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필자는 정치에서의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경제에 비유적으로 썼을 뿐 사고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재벌을 포함하여 일부 경제학자들이 헌법에서 이 조항을 빼려고 꽤 노력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규정은 경제 안정화, 소득 분배, 시장 지배력의 규제 등을 경제민주화의 내용으로 하며, 시장 근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 세 가지 내용은 사실 현대 정부들이 어느 정도는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철학을 가지고 이 세 가지 내용을 수미일관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는 정부의 몫이다. 지금까지는 레토릭의 수준에서만 활용되었다.

물론 이 세 가지 정책이 꾸준히 잘 추진되었다면 '추락하는 30대 문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추락하는 30대'라는 현상은 우리가 헌법 정신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거시경제의 합리적 관리, 소득 분배를 통한 양극화의 방지, 재벌 지배력 남용 등을 규제하는 문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되어 정책으로 제안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정규 교육 과정이 끝나고 구직한 결과로 얻은 직장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부터 30대의 추락이 나타난다면 비정규직 보호 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 비정규직 고용 조건 완화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비정규직화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해서라도 고용을 늘려야 한다면 비정규직화로부터 나타나는 소득 분배 악화를 막기 위해 최저 임금 1만 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이 경우 일 4시간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월 80~100만 원 정도, 일 8시간 일하면 월 160~2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되어 시간제 일자리가 최저 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저 임금의 파격적 인상이 불가하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정규직화를 늘린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규직이라고 해도 모두 수입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경우에도 중소기업에 취업하느냐 대기업에 취업하느냐에 따라 최대 2배의 차이가 난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독특한 하청 관계, 그리고 중소기업에 불리한 사업 환경에서 비롯한다. 동반 성장론이나 공정 경제론 등이 화두가 되는 것도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편, 소득 주도 성장론은 단순히 분배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득 분배가 경제 성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보면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의 변화인데, 아직 학계에서 주류적인 주장은 아니지만, 학계 이전에 세계 경제 전반의 불황과 양극화의 구조화로 인해 현실적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질곡에 빠져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그 원인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해결되지 않고 있을까? 이제 이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부에게만 국한된 당파적이고, 계급적인, 그래서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와 관련된 국가적 문제다. 이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국지적인 이슈를 통해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시적 담론도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합의한 거시담론 하에서 끈기 있게 하나하나씩 실천해 가야만 해결할 수 있는 지난한 문제라는 점을 철저히 인식해야 하겠다. 이때야 비로소 '추락하는 30대'의 낙하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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