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0명 이상 사망…군, 이대로 좋은가?

시대 변화 못 따라가는 법원과 정부, 인식 개선 절실

군에서 아들을 잃은 강원도 춘천시의 한 유가족이 최근 국방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임병의 폭언과 욕설 등 가혹행위를 겪고 부대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고인이 된 장모 이병의 유가족은 아들의 명예를 위해 국가 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유가족 측은 중앙사망심사위원회의 기각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아들의 억울함이 풀어질 때까지 해 보겠다"며 재심을 거쳐 행정심판까지 진행한 상태다.

▲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군대에서 사망하는 장병 중 자살로 인한 사망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프레시안 자료사진

이처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청년이 꽃다운 나이에 비극적인 일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군 사망자 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간 100여 명 이상이었으며, 지난해만 100명 미만이었다. 이 결과에는 안전사고를 제외한 군기사고(군형법, 군인복무규율 등 각종 법규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해 발생한 사건)로 목숨을 잃은 장병이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자살, 군기사고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살사고다. 전체 군 사망자의 50%를 크게 웃도는 비율이다.

춘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강모 씨는 "같은 또래의 자식을 가진 부모로 군에서 난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아무리 군 생활이 의무라지만, 확실한 제도적 예방장치와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광역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맞게 된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 욕설 및 폭언 등 가혹행위가 병사의 자살로 이어지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지역 센터를 통해 군부대와 연계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건전한 병영생활을 위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아울러 얼차려와 욕설, 폭언 등 폭행과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년 군대 내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장병의 수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박종익 국립춘천병원장은 "군대 내 자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비전문적인 방법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전문적인 시스템을 통해 군 장병의 정신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 통계에 따르면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자살은 줄어들고 있지만,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하거나 직업군인을 선택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군 사망 사고의 예방책과 함께 강조돼야 할 것이 군 사망자에 대한 보상이다.

군 장병이 복무 중 사망했을 때 먼저 군 내부에서 순직과 일반 사망으로 분류되고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받아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대상자로 인정을 받는다.

매년 많은 수의 장병이 군에서 목숨을 잃는 것과는 별개로 순직을 인정받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강원서부 보훈지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 사망자 중 순직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수는 45건으로 이 중 18명만 승인을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다.

특히 자살의 경우는 군 내부에서부터 순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대체로 군에서 인정하는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하지만 군 내부의 결정과는 반대로 지난 2012년 6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한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후 2013년과 2014년 군 복무 중 가혹행위를 겪다 자살하게 된 장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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