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제2의 파리'…동시다발 테러 발생

프랑스·영국 "유럽이 공격당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해 30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슬람국가(IS)는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2일(현지 시각) 오전 8시경 브뤼셀 국제공항의 출국장에서 적어도 두 차례의 폭발이 발생해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 통신은 벨기에 연방 검찰을 인용해 공항에서 일어난 폭발 중 최소한 한 건은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뒤이어 유럽연합 본부 건물 인근에 위치한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이반 마쥐를 벨기에 시장은 지하철 역사에서의 폭발로 지금까지 20명이 숨졌으며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상자도 10명 이상 포함돼 있어 앞으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이 일어난 직후, 현지 언론을 포함해 주요 외신들은 이번 폭발이 이슬람국가(IS)의 조직원인 살라 압데슬람을 체포한 것과 관련, '보복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살라 압데슬람은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의 주범 중 한 명으로 지금까지 약 넉 달간 도주를 감행하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브뤼셀에서 체포된 바 있다.

통신에 따르면 압데슬람은 체포 뒤 조사 과정에서 브뤼셀에서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실행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이 "압데슬람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무기가 발견됐다"고 밝혀 이번 폭발이 테러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IS역시 이번 폭발이 자신들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IS는 이날 영어와 프랑스어로 인터넷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형제들이 자살폭탄 벨트와 폭탄을 품고 자벤텀 공항과 브뤼셀 지하철역에서 최대한의 죽음을 가져오려 했다"며 "자폭 벨트를 폭파해 우리 형제들은 벨기에 중심에서 IS의 위대함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벨기에 경찰은 공항에서 테러를 일으킨 3명의 유력한 용의자 중 2명은 자살 폭탄을 터뜨렸다고 판단, 나머지 1명의 행적을 쫓기 위해 공개수배를 내렸다.

파리 테러 넉 달만에 또…격앙된 프랑스·영국


이번 폭발이 유럽연합 본부와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일어나면서, 테러를 경험했던 프랑스와 영국은 "유럽이 공격당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연대를 강조하며 "중대한 위협을 맞아 필수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지난 2005년에 발생한 런던 지하철 테러를 언급하며 "지금 벨기에 국민들의 감정이 어떨지 잘 알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의 일상을 공격했지만 그들이 승리하도록 두면 안된다. 모두 함께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브뤼셀 폭발 사건이 '제2의 파리 테러'로 굳어지면서 이를 표현한 그림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일간지인 <르몽드>는 사람 모양을 한 프랑스의 국기가 벨기에의 국기를 위로하는 그림을 게재했다.

▲ <르몽드>가 게재한 그림. 사람형상을 한 프랑스 국기(왼쪽) 아래 테러 날짜인 11월 13일이, 벨기에 국기 아래에는 3월 22일이 적혀있고, 프랑스 국기가 눈물을 흘리는 벨기에 국기를 위로하고 있다. ⓒ르몽드 갈무리

한편 미국 방송 CNN은 브뤼셀 시민들이 대피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을 제공해주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근 시간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발로 도시의 대중 교통이 마비되면서 대피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SNS 사이트인 트위터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브뤼셀 시민들은 집을 열어두었다는 의미의 'OpenHouse'라는 태그를 걸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피처를 제공했다.

▲ 브뤼셀 시민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집을 대피처로 제공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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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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