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는 △금융 제재 대상 확대 △해운 통제 강화 △수출입 통제 강화 △북한 식당 이용 자제 등을 골자로 한 독자제재를 발표했다.
우선 금융 제재의 경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책임이 있는 북한 개인 38명과 단체 24개, 그리고 북한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제3국적의 개인 2명과 단체 6개를 대상자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들과 한국 국민 간 외환거래와 금융 거래를 금지하고 국내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내에서 외환·금융 거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제재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는 없다.
해운 통제 부문의 경우 정부는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뒤 180일 이내에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기업과 북한, 러시아가 추진해 온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결국 무산됐다.
나진 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의 철도로 운송해 이를 북한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국내로 들여오는 복합물류 사업이다. 나진항이 북한의 항구이기 때문에, 정부의 독자 제재에 의하면 이 화물선은 국내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8일 러시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특히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의 결정을 앞두고, 이 결의안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포함해 북한과 지속적인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문안을 수정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안보리 결의 초안에는 석탄과 철광석, 금, 티타늄, 희토류 등 북한산 광물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러시아는 이 조항과 관련, '북한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외국산 석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뿐만 아니라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관련해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2일 (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왔지만, 새로 추가된 문안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이익을 지켜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출입 통제의 경우 정부는 이미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대응에 따른 5.24 조치로 북한산 물품의 국내 반입이 금지됐지만, 제3국을 통한 우회 위장 반입 시도가 일부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가 스스로 밝혔듯이, 지난 2010년 5.24 조치 발령으로 인해 북한과 물품 거래는 사실상 차단된 상황이며, 2010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북한산 물품 위장 반입은 고작 71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조치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해외에 위치한 북한 식당을 비롯, 북한과 관련한 영리시설의 이용 자제를 지속적으로 '계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해외식당을 비롯한 영리 시설은 북한의 외화 수입 경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용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한국 국민이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이나 북한 편의시설을 이용한다고 해서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 남북 간 민간 차원에서 접촉 및 교류를 했을 때 적용되는 법률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접촉'은 의도와 목적이 있는 만남을 의미하는데, 북한 식당이나 편의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의도와 목적이 있는 만남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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