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대결, 이세돌이 진다한들…

[전진한의 알 권리]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대결 그 승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임박한 가운데, 수많은 팬들의 경기예측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대결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점, 바둑 게임의 특수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흥미가 배가되고 있다. 논의는 나아가 인간과 기계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알파고가 승리하는 것이 바둑계의 엄청난 타격을 준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 할지 의문스럽다. 또한 알파고의 승리는 바둑을 넘어 향후 수많은 산업영역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데, 양쪽의 승리가 만들어 낼 향후 파장까지 분석해보도록 하자.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는 쪽에서는 바둑은 단 한판도 같은 기보가 나오지 않다는 점에서 알파고가 과거 기보 사례를 총 집합한 인공지능이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본인이 크게 앞서는 바둑에서도 과감한 공격을 감행하고, 정수에 속하지 않는 변칙적인 수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등 창의적인 바둑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서봉수 9단은 조훈현 9단과의 대결에서 흉내바둑(상대편이 뜨는 그대로 모방하는 수)으로 세간의 조명을 받았는데, 알파고가 이런 바둑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에서는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로 무장하고 있고, 과거 기보 수십 만판을 사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알파고는 과거 기보를 중심으로 사실상 창조에 가까운 바둑을 구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기에,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위 대결은 인간의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만약 알파고가 승리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니 알파고가 이번에 패배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지 분석해보자.

일각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극단적인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즉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부차적인 것이고, 알파고의 등장 자체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 제출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재편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것이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사무·관리 직종은 476만 개, 제조·생산직종은 161만 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줄어드는 직종으로 세무, 회계, 증권사 에널리스트 등의 고소득 전문직이 그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재각 박사(과학기술사회학, 녹색당 공동정책 위원장)는 "인공지능이 꼭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기계로 대체했을 때 노동생산성이 좋아지고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독일 회사들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평의회 등과 협의하는 공동결정제라는 제도를 통해서,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즉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그것이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도 않는다는 얘기이다.

임진희 교수(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도 "인공지능은 자기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필터링까지 하고 있어서 사람의 영역을 차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기계가 100% 맡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과 상호보완적일 때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 "기계가 모든 부분을 맡기에는 비용적 측면에서도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아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대부분의 산업 영역이 기계만으로는 일처리가 불가능하고 인간의 판단을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법률에서도 인공지능에게 윤리적 부분에 대한 판단을 맡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회계의 경우도 경영적, 윤리적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 판단된다. 이것을 인공지능이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알파고가 승리한다고 해서 바둑이라는 산업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인공 지능의 승리가 인간 바둑 영역을 대처할 수도 없다는 얘기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마치 새로운 '슈퍼인간'의 등장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그 인공지능도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때 의미가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 만약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승리한다면 바둑계는 더욱 부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누구나 패배의 굴욕감을 없이, 쉽게 바둑을 접하고 배울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둑TV 중계로 일상적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승리도 계속해서 뒤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 내기를 걸라고 하면, 이세돌 9단이 5대0이나 4대 1로 알파고를 이긴다는 데 걸겠다. 이세돌의 화려한 창조적인 바둑은,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준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세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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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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