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독소 조항인 부칙 조항에 중재안을 내왔는데, 저희는 그거라도 받겠다"면서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이 이것이라도 받으면, 국민의 호응 속에 진행되는 필리버스터라도 이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낸 중재안은 국정원이 테러 의심 인물을 감청할 수 있는 요건을 테러방지법 원안이 규정한 '테러 방지를 위하여'에서 '국가 안전 보장에 우려가 있는 경우에'라는 문구를 추가한 내용이다. 이는 국가정보원의 '통신 감청' 요건을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1항을 준용하자는 안이다. (☞관련 기사 : 정의화, '테러방지법 중재안' 제시…필리버스터 끝날까?)
통신비밀보호법 7조(국가 안보를 위한 통신 제한 조치) 1항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국가 안전 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에 관한 정보 수집이 특히 필요한 때에는 통신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저희 방안은 국정원이 (감청과 계좌 추적 등을) 절대 해서는 안 되고,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대테러기구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서 국정원이 (감청)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겠다"면서 "(감청) 요건을 추가하는 것이라도 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가 출구 전략을 짜는 이유는 선거구 획정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필리버스터 진행으로 본회의 일정이 중단되면서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 처리도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가 끝나도 다음 국회 회기가 열리는 즉시 정의화 의장이 직권 상정한 테러방지법이 새누리당 원안대로 자동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수정안'이라도 받아내고자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어제 김종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화해서 오늘 오전 10시에 여야 대표-원내대표 간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뜻에도 불구하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했다"고 성토했다.
새누리당의 대응은 엇갈린다. 김무성 대표로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상향식 공천' 제도를 도입할 시간을 벌 수 없다. 김무성 대표가 여야 협상에 적극적인 이유다. 반면에 '전략 공천' 형식으로 현역 의원들을 교체하기를 바라는 친박계 지도부로서는 선거구 획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게다가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대통령 관심 법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친박계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테러방지법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국회가 이렇게 어렵게 가는 데는 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심각하다"면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엇나가고 있으니 정리가 안 되는데, 그러면서 핑계는 야당한테 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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