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남편 내연녀가 아파트를 내 놓으래요!"

[이변의 예민한 상담소] 갑자기 법원에서 송장이 날아오면…

2016년 프레시안이 새로운 연재를 선보입니다. 프레시안의 '열성' 조합원 양지훈, 이은의 두 변호사가 매주 독자 여러분에게 다양한 법률 지식을 전달합니다. 가슴이 뜨거운, 발로 뛰는 두 젊은 변호사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는 색다른 칼럼을 기대하십시오. 양지훈 변호사에 이어서 이은의 변호사가 '이변의 예민한 상담소' 연재를 시작합니다.

작년(2015년) 봄,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리더니 급하다며 빨리 만나달라는 상담요청 전화가 걸려왔다. 오후에 재판이 있다고 하니 당장 오겠다고 했다.

그녀는 다급하게 서둘던 목소리와 달리 우아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4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결혼 후 출산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가, 만학도로 사범 대학에 진학했고 지금은 서울 인근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직접 만나서 소개를 듣고 나니 급하게 변호사를 찾은 이유가 더 궁금해졌다.

그녀는 20년 전 결혼을 했는데, 10년 전 암이 발병했다. 불행하게도 그 즈음 남편에게 내연녀가 생겼다. 남편은 아픈 그녀를 외면하고 되레 이혼을 요구했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자녀까지 데려가겠다고 협박했다. 그녀는 법을 잘 몰랐고 아이들마저 빼앗길까봐 이혼에 응했다.

그렇게 그녀는 10년 전에 버려졌고, 남편은 양육비 한 푼 주지 않고 내연녀와 살았다. 그들이 몇 년 살지 못하고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만 전해 들었다.

문제는 최근에 날라든 '경매 통지서'였다. 10년 전 남편의 내연녀가 그녀를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 것처럼 민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몸이 아파 요양 병원에 있었고, 남편은 내연녀와 지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소장 부본이 집에 사람이 없어 공시 송달로 처리 되면서, 내연녀가 승소 판결을 받았고 그대로 확정이 됐다.

(공시 송달은 소장이나 소환장을 전달할 상대방 주소에 사람이 없거나,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 일정 절차에 따라 법원 게시판에 공시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이를 상대방에게 송달한 것과 같은 효력을 발생케 하는 제도다.)

내연녀는 10년간 말이 없다가 그녀가 선생님으로 새 출발을 해서 급여를 받게 되자 10년간의 이자까지 1억 가까운 돈에 대해 집행에 들어왔다. 당장 아이들과 살고 있는 작은 서민 아파트가 날아갈 판이었다. 그녀는 이런 일이 생겼다는데 많이 놀랐고, 당연히 문제가 된 금액이 적지 않음에 크게 당황했다.

이제 길에 나앉는 것이냐, 가정이 파탄난 것도 억울한데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는 것이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를 진정시키고 경매를 풀고 얽히고설킨 판결 문제도 풀기 위해, 부랴부랴 1심 재판이 있었던 법원에 '추완 항소'를 하고 집행에 이의 신청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살다보면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그런 개인들이 맞닥뜨리는 사기의 사연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 사연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대게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유형이 대여금이나 투자를 빙자한 사기이고, 그녀의 사연처럼 판결 편취라고 불리는 유형도 종종 등장한다. 법이 가진 맹점을 이용하고,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의 당황을 악용한 것이다.

민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피고로 지정된 자의 주소지로 소장 부본, 즉 소장의 사본을 우편으로 발송한다. 법원은 피고에게 송달이 되면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재판을 진행한다. 피고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판결한다.

누군가 이러한 절차를 악용하여 피고가 아닌 사람과 짜고 소장 부본이 송달된 것처럼 만들거나 피고의 주소지에서 계속 송달이 안 되도록 만들어 공시 송달하게 만들어 원고 승소 판결을 얻어내는 것을 판결 편취라 한다.

그리고 한동안 시간을 기다렸다가 불시에 피고의 재산을 대상으로 강제 집행에 들어간다. 당황한 사람들이 자칫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소중한 집이, 땅이, 예금이, 날아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법이 악용당할 여지가 있지만, 대신 그런 악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추완 항소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즉, 납득할 만한 일정한 사정이 있다면 항소 기간이 지나도 다시 항소하여 다툴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그 사유로 인하여 법률로 정해진 기간(불변 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에 항소를 해야 한다. 법원으로부터 알 수 없는 서류를 받았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랑 상담해서 신속하게 조치를 해야 한다.

그녀를 도와 이렇게 추완 항소를 하고, 강제 집행에 이의 신청을 해서 공탁을 걸고 집행을 막았다. 다행히 시기를 넘기지 않은 덕분에 억울하게 집이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엉뚱한 가해로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를 막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녀와 상의하여 내연녀를 소송 사기로 형사 고소했다. 소송 사기는 일반 사기보다 중하게 처벌된다. 그리고 내연녀에 대해 이러한 소송 사기 행위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남편에 대해 자녀에 대한 밀린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하도록 하였다.

법은 멀다. 법은 가끔씩 눈을 감기도 한다. 하지만 법은 법을 악용하는 것을 간과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억울한 사람들이 소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당황스러운 순간, 주저앉아 울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빨리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하자.

법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면, 수비도 되고 반격도 된다.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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