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 매달 500~700만 원 바쳤다"

하청업체 전 대표 양심선언…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받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전 대표가 자신이 직접 산업재해를 은폐했고 원청 관리자에게 매달 상납금을 바쳤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원청의 강압에 못 이겨 산재를 은폐한 것은 물론, 매달 500~700만 원의 상납금을 현대중공업 관리자에게 바쳤다는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대책위원회 이재왕 위원장은 21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관련 내용을 모두 밝혔다"며 "검찰에서 관련 내용을 밝혀줄 것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간 여러 차례 현대중공업 관리자들에게 산재은폐 등 관련 내용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으나 모두 오리발을 내밀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결국, 자수형식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7일 자수 형식으로 울산지방검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원청 압박으로 은폐한 산업재해

이 위원장에 따르면 2012년 4월께 현대중공업 2야드 대조립5부 소속 (주)부건의 조모 씨가 블록 탑재 도중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인해 조모 씨는 무릎 연골 파열로 48주의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자 대조립5부를 담당하는 원청 관리자는 김모 원청 임원(당시 상무보)의 승진에 걸림돌이 된다며 산재를 은폐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현장 소장이던 이 위원장은 이러한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사고를 당한 하청 노동자를 협박‧회유해 일반 사고로 둔갑시켰다. 이 위원장은 이 밖에도 2011년 7월과 2012년 1월 등 추가로 2건을 일반 사고로 위장해 은폐시켰다고 증언했다.

이후 (주)부건이 폐업을 하자 산재은폐에 공을 세웠던 이 위원장은 원청 해당 부서 관리자의 제안으로 (주)부건 소속 노동자 60여 명을 데리고 정규직 물량을 처리하는 물량팀을 맡았다. 정식 등록이나 절차가 생략됐기에 이들은 소속 없이 일하는 소위 '유령인력'이었다.

이런 경우, 원청에서 기성을 직접 줄 수 없다. 편법을 이용했다. 타 하청업체(성현, 동우, 신영 등)를 통해 기성을 내려주는 우회 방법을 사용했다.

▲ (왼쪽)이재왕 위원장이 당시 원청 관리자들에게 준 상납금과 선물 등을 적은 수첩. (오른쪽)문제가 터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원청 관리자가 이재왕 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현대중공업 협력사대책위원회

매달 500~700만 원 상납하기도

이 위원장은 뇌물로 화답했다. 이 위원장은 자기를 사장으로 키워준 원청 관리자들에게 매달 500만 원에서 700만 원의 상납금을 바쳤다. 1여 년 동안 총 7000여만 원을 원청 관리자들에게 상납한 것.

비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원청 관리자는 업체별 능률을 낮춰 잡는 방식으로 뒷돈까지 챙겼다. 업무능력으로는 1000M/HR(맨 아워)을 평가받아야 하는 하청업체에 500맨 아워을 평가한 뒤, 나머지 500맨 아워는 돈 주고 사라고 강요했다는 것.

보통 300맨 아워에 300만 원, 500맨 아워에 500만 원 선으로 각 업체에 팔았다고 한다. 원청 관리자들이 1맨 아워 당 1만 원의 현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다.

맨 아워는 노동자 한 사람이 1시간에 생산하는 노동 혹은 생산성 단위를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기성을 지급하는 기준이다. 1맨 아워 당 대략 2만9000원이다. 300맨 아워일 경우, 하청업체는 약 900만 원을 받고 300만 원은 상납하는 식이다. 하청업체도 이득을 보는 거래다.

이러한 맨 아워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해당부서 임원이었던 김모 씨는 대책위를 방문해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제의했고, 당시 부서장이었던 황모 씨는 문자를 통해 선처를 호소하는 등 사태를 봉합하려는 시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중 사내하청지회 "피해자는 결국 하청노동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협력사대책위원회는 22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방산비리, 뇌물수수, 화장실 몰카 사건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대중공업의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부서와 업체 간의 산재은폐, 빼돌린 예산으로 인한 주먹구구 식 예산분배와 그에 따르는 기성삭감의 피해자는 결국 하청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구나 자신들의 치부는 그대로 두고 적자를 이유로 기성삭감을 단행하고, 폐업을 유도해 하청노동자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 범죄"라며 "이러고도 고통 분담을 얘기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양두구육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직적 산재은폐와 무수히 많은 임원-부서관리자들의 비리 상납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들의 생명권을 위협한다"고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