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통일대박'이 아니라 '전쟁쪽박'?

[기고]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도입, 현명한 정책인가

박근혜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널리 알려진 대로 유럽에서 소련과 동구의 와해를 촉진시킨 '헬싱키프로세스'를 한반도에서 구현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4년 섣부른 '통일대박론'에 뒤이어 마치 통일이 곧 이루어질 것처럼 정부내에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북측이 흡수통일의 흉계라고 비난함으로써 '신뢰'프로세스는 졸지에 '불신'프로세스가 되고 말았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민간 및 군사 연락 채널까지 모두 끊기면서 남북 관계는 44년 전의 냉전 시대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통일대박론이 나온지 만 2년 만에 우리는 역으로 '전쟁쪽박'을 걱정하며 '전쟁준비위원회'라도 말들어야할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필자가 이러한 일련의 냉.온탕식 정부정책을 접하며 갖는 소회는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을 포함한 외교.안보 당국자에게 국가대전략(Grand Strategy)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말 그대로 비상시국인 이 시기에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동북아시아의 화약고인 한반도를 위요한 북.중.러와 한.미.일의 첨예한 집단 대치상황을 빚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냐 하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개성공단 현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된 자료를 갖고 있다고 개성공단 폐쇄의 당위성을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매년 1억달러) 중에서 5만4000명의 북측 노동자 임금 등을 제하고 북한 정부에 흘러 들어가는 돈은 3000만 달러 정도로 북한의 대외교역규모(연간 70〜80억 달러)에서 보면 1%미만의 미미한 액수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대량살상무기관련, 대북제재 논의 때 개성공단 문제가 나오면 그동안 이런 이유를 내세워 공단 가동의 당위성을 주장해 오다 갑자기 180도 선회하여 개성공단 현금이 대량살상무기 자금으로 쓰인다고 하면서 공단을 폐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국가대전략 차원에서 우리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에 임하여 취해야 할 스탠스에 대해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국내의 언론보도는 부지불식간에 김정은 집단의 광기를 여과 없이, 때로는 과장되게 남한 사회에 전함으로써 마치 무슨 전쟁이라도 임박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데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점은 정부 당국의 계도가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북한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은 구 소련, 동구권 와해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예컨대, 소련이 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동유럽을 개방화시킨 '헬싱키프로세스'와 미국 레이건행정부의 SDI(전략방위계획) 등 신군비경쟁이었다. 요컨대, 개방화가 진전돼가던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재정이 파탄나는 바람에 서방의 돈줄이 필요했기 때문에 굴복한 것이다.

북한은 개방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부분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등 남북간 교류확대인데 이번의 개성공단 폐쇄로 원천 봉쇄되었으니 우리에게 남은 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나라 살림이 파탄나는 일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므로 오히려 '무관심 정책'(Indifference policy)으로 일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옛말에 '하던 〇〇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아닌 말로 북한이 핵실험을 10번 하고 핵무기를 50개 가졌다해도 남한의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 아래 강력한 확대억지(Extended deterrence)로 보호 받는 한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핵무기는 어차피 최후의 1격을 위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망할 때 핵무기가 2만 여개나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한 마디로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나. 막강한 미국의 핵전력을 감안할 때 북한도 전쟁으로 패망하지 않는 한 핵사용은 간단한 선택지가 아니다.

둘째, 역사적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근대 국민국가 체제가 탄생한 베스트팔렌(Westphalia)조약(1648년)은 30년 종교전쟁의 결과 맺어진 것인데 30년 동안의 전쟁의 주 무대가 지금의 독일 땅이었다. 이런 연유로 독일은 지리멸렬 황폐화되었고 비스마르크가 1871년 독일을 통일하여 제국을 탄생시킬 때까지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아 있었다. 뒤 늦게 후발 주자로 유럽 열강의 반열에 오른 독일이 기존의 열강들과 세력 다툼의 와중에서 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즉, 30년 전쟁으로 피폐해진 독일이 다시 재기하는데 200년이 넘게 걸리고 그 후에도 양차 세계대전에서도 '현상타파'세력으로 전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가정이지만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주전장이, 주무대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민족에게는 말 그대로 사활적 이익이 결부되어 있는바 우리의 창의적인 외교.안보적 행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이 검증되지 않은 무기체계인 것처럼 사드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무기체계라는 것이다. 사드의 힛투킬(HTK) 방식의 첫 번째 요격실험(1995. 12. 13)이래 1999년까지 매년 1〜2회씩 실시하였으나 번번이 실패를 거듭해 오다 일곱 번째 실험(1999. 6. 10)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이것도 실전상황에서와는 달리 로켓추진체에서 분리되지 않은 탄두를 명중시킨 것에 불과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드가 검증이 안 된 무기체계라면 실전단계의 운용성은 어떨까?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에서도 지적된 사안이고 작년 3월 20일 미 하원에서도 데이비드 만(David Mann) 미 육군 미사일방어 사령관도 시인한 문제는 사드(THAAD)시스템을 운용할, 훈련된 기술요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 본토에 있는 3개 사드 포대 중에서 1개 포대는 방산업체 로키드 마틴과 레이시언이 시스템 일체를 작년에 납품했음에도 아직도 훈련 미숙으로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 자체의 시스템 운용도 문제이지만 패트리엇(PAC)이나 SM3, SM6 등과 연계해 통합, 운영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끝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주재 우리나라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할 정도로 주변 강국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데 우리까지 나서서 유사시 한반도를 열강의 전쟁터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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