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불법 중단과 재산 동결, 희망 없나?

[송기호의 인권 경제] 재산 정산 협상에서 대화의 끈 유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10일자 개성공단 전면 중단도, 김정은 제1위원장의 11일자 한국 국민 재산 동결도 모두 법치주의 위반이다. 이를 지적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 결코 아니다.

북한이 개성에 있는 한국민 소유 재산을 '동결'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북한 법에서 동결은 '몰수'와 다르다. 이를테면 북한의 2006년 자금세척방지법은 자금 세척 행위와 관련 있는 자금을 '동결' 또는 '몰수'한다고 다르게 규정했다. 동결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와 같은 것이다. 재산의 소유권은 유지된다. 반면 몰수의 경우는 재산의 소유권을 박탈한다.

그래서 북한의 2009년 민사소송법은 판결의 집행문을 받은 날로부터 한 달 안으로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계좌를 '동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몰수'한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북한이 개성에 있는 125개 한국 기업의 재산을 '동결'한 것은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의 재산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개성의 한국 재산을 몰수하지 않은 것인가? 그것은 아직 상호 정산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2003년에 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은 투자가의 재산은 국유화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북한의 동결 조치에는 장차 북한이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제기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 북한은 개성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에서 북한 주장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은 어떠한 채권을 주장할 것인가? 먼저 한국 기업에게는 북한 근로자에 대한 일방적 해고에 따른 임금 손실과 피해를 주장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법제에서도 사용자가 근로자를 부당해고할 경우 근로자는 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개성공단의 노동 규정에 의하면 한국 기업은 북한 근로자와의 근로 계약을 어김없이 이행할 의무가 있다.(제 9조) 한국 기업은 북한이 추방 명령을 하였고 북한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해고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는 있으나, 전면 중단을 먼저 선언한 쪽은 한국이다. 이 문제는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

나아가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채권을 주장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는 투자 보장 합의서를 비롯하여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 등 여러 합의가 존재했다. 북한은 한국의 10일자 전면 중단이 이러한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 주장할 것이다.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 문제도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11일, 법적 근거를 묻자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항변은 2010년의 5· 24조치에 대해서나 통했던 낡은 것들이다.

이번 조치는 5· 24조치와 전혀 다르다.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일체의 남북 경제 협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근로의 대가로 주어야만 하는 임금이 핵개발에 전용될 것이라는 우려만으로 어떠한 협의나 대안 모색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면 중단해 버렸다. 개성공업지구법에서 정한 분쟁 해결 절차도 전혀 이용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의 11일자 추방과 재산 동결은 적법한가? 그렇지 않다. 북한이 한국민을 대상으로 재산을 관리하거나 반출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추방한 행위는 남북투자보장 합의서 위반이다. 지금 북한에 있는 한국민의 재산은 북한이 자신의 법인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해 투자를 승인해 준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투자보장합의서에 따라 북한은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체류를 보장한 출입 및 체류 합의서도 위반했다. 북한의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는 조치를 취한 11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희망은 없는가? 나는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한국민의 재산이 개성에 있는 한, 남과 북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양측의 불법적 중단과 동결에서 다시 대화는 시작할 것이다. 서로의 잘못을 핏대 세워 따지겠지만, 결국 재산 정산 협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평화와 인권의 세상을 남기려면 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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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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